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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회사가 노인복지회관을 짓는답시고, 엄청난 공사를 진행중이다. 흡연실에서 조그만 창문으로 빼꼼히 내다보면 이런 엄청난 광경이 코앞에 늘어진다. 대충 아파트(노인복지시설이지만 거의 아파트 형태임) 하나의 가격이 20억을 훌쩍 넘으니 감히 우리같은 버러지(?)들은 넘보지 못할 엄청나게 좋은 것을 짓나보다.
그러나 난 한 버러지로서 이 공간을 내려다 볼때마다 맘 한구석이 답답하다
저 지금 보는 공간속에는 ...지금 보는 사진의 공간에는 가끔 술먹고 뻗는 숙직실도 있었고, 외부사람들이 오면 인터뷰하는 공간도 있었고, 밥먹고 커피마시는 공간, 아침에 어제 있었던 축구얘기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공간, 서로간에 교류가 잘없는 직원들끼리 만나 얘기를 나눌수 있는 공간, 회의실도 있었고, 논설실도 있었고, 게다가 좌변기 있는 화장실, 여자 화장실, 짱박혀 담배피는 공간, 계단, 매점, 노조 사무실, 윤전시설 등등 이루 헤아릴수 없는 소중한 공간들일 빼곡히 들어가 있던 곳이었다.
결국, 531지방선거처럼 개발 논리에 밀려 우리의 공간을 무참히 짓밟힌 것이다. 우리 회사 구성원 대부분이 공간이 없어진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으나 누구하나 토를 달거나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개발논리 때문이다.
우리는 쉽게 개발논리가 어쩌구 저쩌구 하지만 이 단어는 엄청난 파괴력과 설득력을 가진 단어이다. 언제가부터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어느 순간에 뿅하고 나타나 우리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이에 반대하면 바로 빨갱이로 몰리는 형국의 세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무슨 환경이 어쩌구 저쩌구 외친다고 콧방귀 하나 낄까?
하지만, 역시 생명은 소중한 것이니까... 난 계속 환경운운해야겠지 ^^
하여간 저 크레인은 좋겠다.
맨날 일이 산더미 같으니 앞으로 10년은 걱정없이 돌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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