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에 관련된 계몽적 혹은 계도적 글에서
'클라이언트'가 아닌 '사용자' '독자' 등의 표현을 자주 발견한다.
나 또한 자주 쓰는 표현이다.
그런데 문득,
'사용자가 누구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말하는 포괄적 의미의 사용자란 과연 누구인가?
30/40대 독자, 중산층의 독신 여성, 저학년 어린이 등등
'사용자'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표현이 흔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30/40대 독자'란 과연 누굴 말하는 건가
떠올려보면 상당히 혼란스럽다.
30/40대 독자는 너무나 많다. 그들을 과연 '사용자'라 말할 수 있을까?
좀더 구체적으로 '사용자'를 설정하면 괜찮다고 말할 수도 있다.
(실제로 구체적으로 '사용자'를 규정하는 표현들을 많이 본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구체적으로 나열할 수도 없다. 가령 아래 처럼
'30대 월 수입 300만원, 미혼, 서울거주, 전세, 긍정적, 숏다리, 안경을 낀, 주량 소주 1병....
어쩌면 디자이너가 말하는 사용자는
디자이너 안에 내재된 경험과 편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지도 모른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오래된 진리처럼
실제로 한명의 인생이나 생각도 경험하기 벅찬 우리네 삶에서
무슨 수로 '사용자'란 포괄적인 인간상을 가늠할 수 있단 말인가...
가상으로 설정된 사용자를 위하는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는 글을 정당하게 갈무리 짓기 위해 '사용자'란 표현을 남발하지만
이것이 디자인 분야에 또 다른 공허한 레토릭을 낳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고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어쩌면 디자인에선 천박한(?) 클라이언트(의뢰자)란 표현이
더 순수하고 정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왜냐면... 우리(디자이너)는 그들을 훨씬 잘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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