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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_집단과 개인
Book | 07/07/11 11:15





소설은 허구다. 하지만 작가의 생각이 이야기 전개에 맞물려 역사적 허구가 현실과의 접목에 있어 그 위력을 발휘한다. 그렇기에 역사소설을 보게 되면 현실과 과거의 접점에서 많은 단서들을 발견하게 된다.


김훈의 칼의 노래가 그렇다. 이 책은 2005년 출판되어 동인 문학상을 받았고 김훈이란 이름 두자를 세상에 알렸다. 대학 초년 이후로 소설책을 멀리했던 나로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소설책을 읽었다. 워낙에 역사를 좋아했고, 우리나라의 유명소설에 대한 궁금증도 한몫했다.
재밌었다. 오랜만에 지식의 압박을 벗어나 줄기차게 읽어나갔다. 다음 문장이 궁금했고, 다음의 이야기 전개가 흥미로웠다. 무엇보다도 역사적 존경을 받는 이순신 장군의 1인칭 시점이 너무나 새로웠다.
칼의 노래에서 김훈이 이순신이고 이순신이 김훈이다. 김훈은 이순신의 심정으로 임진왜란을 상기했고, 글을 썼다. 그리고 마지막 이순신의 임종과 함께 펜을 꺾었다. 이순신이 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책의 곳곳에 역력하다. 얼마나 고된 작업이었을까.... 위대한 사람을 자신의 안에 가둔다는 시도자체가 굉장한 스트레스였을 것이고 고된 압박이었을 것이다.


이순신도 하나의 개인이다. 집단을 이끌고 집단과 싸우며 나라의 존망을 책임졌지만 그도 역시 개인이다. 책의 중간중간에 이순신이 개인으로서의 갈등이 적지 않게 나온다. 이순신도 전쟁에서 개별적 인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엄청난 정신적 노력을 하는 모습이다. 그 때의 사회적 분위기가 지금과는 사뭇 다르지만 인간 본연의 모습은 그리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순신은 늘 전쟁에 임하며 자신과 적과의 전쟁이 아닌 조선수군과 일본수군의 집단간의 전쟁으로 마음을 돌림으로써 전쟁에 차분히 임했고,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런 점이 28전 28승이라는 엄청난 전과를 가져온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개인성을 죽이기란 참 쉽지 않다. 사회는 집단이고, 회사도 집단이고, 심지어 가족도 집단이다. 그 집단들은 각 개인의 개별성의 집합으로 서로가 공유하는 가치로서 집단이 형성된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항상 남아있다. 그 안에서 얼마나 개별성을 죽이고 집단에 길들여지는가가 성공의 관건이다. 나 또한 온갖 집단에 속해있다. 그 안에서 나만의 개인적인 많은 생각들이 난무하지만 모두 가지치기를 당한다. 때로는 뿌리마져 버려할 경우도 생긴다. 그 때마다 내가 속한 집단과 나의 개인성에서 많은 갈등을 유발한다. 하지만 어쩔수 없다. 나의 개인성을 죽여서 집단이 안정된다면 그렇게 해야한다. 이런 흐름은 나만에 국한된 것이 아닌 생각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결국 집단에서 얼마나 개인성을 죽이는 가가 성공의 관건이 된다. 그러나 이 또한 아이러니 하다. 위에서 말한 경우에는 집단의 발전이 없다. 각각의 개인성이 집단을 이끈 역사적 사실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또한 위대한 업적은 거의 대부분 개인의 노력에서 나왔고, 우리는 개인적 창의력이 시대적 화두인 세상에 살고 있다. 현재도 개인이 집단을 이끄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흔히 우리는 5%의 국민이 95%의 국민을 먹여살린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러기에 집단과 개별, 어떤것이 더 중요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집단과 개별성은 항상 줄타기를 해야 한다. 그 접합점을 얼마나 잘 찾아내는 가에 따라 집단이 살고 내가 사는 길이다.


이순신은 일본군이란 적 외에 조선의 적들이 있었고, 개별적 갈등이라는 적이 있었고, 명나라 군사들, 조선백성, 탈영병 등등 온갖 적들에 둘러쌓여 있었다. 이 모든 적들은 집단뿐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적들도 다수 포함된다. 나 또한 그렇다. 내가 속한 집단안에 많은 갈등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것들은 내 안에 삭히고 발효되고 때로는 배설되곤 한다. 이런 순간 순간들이 모여 우리가 말하는 삶이고 인생이 되는 듯 싶다.
역시 이순신의 위대함은 집단과 개별성의 줄타기 성공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우리가 본받아야 할 삶의 자세라는 것을 김훈이라는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내 자신과 내가 속한 집단과의 공존의 줄타기를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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