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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行설水설]시간에 대한 판타지와 망상들
Life | 11/01/25 12:23
‘지금, 여기’를 주시하라! 시간은 공간의 또 다른 모습이다. 즉, 시간이 공간이고 공간이 곧 시간이다. 종교적 잠언이나 수사학이 아니라, 물리학적 이치상 그렇단다. 말하자면, 시간과 공간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중첩되어 있다. 예컨대 ‘지금’과 ‘여기’는 분리될 수 없다. 그리고 이 ‘지금, 여기’들이 무수히 이어져 우주적 시공간이 된다. 본디 시공간엔 이름도 주인도 없다. 다만 ‘생성소멸’하는 흐름만이 있을 뿐. 그 변화의 국면들에 차서(질서와 순서)를 부여한 것이 달력이다.


2011년이 되었지만 2010년은 끝나지 않았다. 음력으론 아직 경인년의 마지막 달이고 절기력으로 보자면 대한(大寒), 곧 겨울의 절정이자 끝자락이다. 설날 이후, 또 입춘이 지나야 비로소 신묘년이라는 새로운 시공간에 들어서게 된다. 물론 입춘이 되어도 여전히 춥다. 하지만 하늘에선 서서히 바람이 용틀임하고, 그에 부응하여 깊은 땅 속에선 씨앗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더불어 사람들의 마음도 한 해에 대한 각종 비전들로 설렌다. 이것이 봄의 시공간성이다. 여름은 불의 시기다. 불이 사방으로 흩어지듯 사람들의 마음 또한 불꽃처럼 허공을 향해 질주한다. 그 더위의 절정에서 문득 입추가 된다. 금화교역(金火交易), 곧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우주의 대혁명’이 일어나는 것이다. 가을은 심판과 결실의 계절이다. 여름날, 그 무성했던 모든 것들은 이제 땅에 떨어져야 한다. 그래야 열매를 맺을 수 있으므로. 그리고 겨울. 겨울은 열매조차 증발시키고 오직 씨앗만을 땅에 묻는다. 천지가 닫히면서 씨앗들은 무서운 속도로 응축한다. 생명의 심연에 대한 대성찰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겨울산의 적막이 바로 그 표징이다.
이것이 우리의 시공간이 연출하는 일년의 리듬이다. 이 리듬은 항상적이되 동일하진 않다. 지구는 탄생 이래 단 한번도 같은 기후를 반복하지 않았다. 차이가 순환을 낳고 그 순환이 곧 생성의 원동력인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한 해는 결코 짧지 않다.


하지만 현란한 스펙터클과 디지털 문명에 포위된 탓일까. 인간은 이 차이와 생성의 향연에 참여하는 법을 망각해버렸다. 한마디로 ‘스텝이 꼬인’ 것이다. 봄이 오면 발심을 하지만 그것이 저 생명의 밑바닥에서 올라오질 못한다. 그래서 대체로 허황하다. 이 뿌리 없는 목표들을 우리는 종종 희망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루쉰의 말마따나 “희망은 허망하다. 절망이 그러하듯”. 이 허망한 희망들은 여름을 견디지 못하고 폭염과 더불어 산산히 흩어져버린다. 하여, 가을이 오면 아무것도 거둘 것이 없다. 텅빈 가슴 부여잡고 정처없이 떠돌 수밖에. 그런 이들에게 겨울은 그저 춥고 스산할 따름이다. 하여, 겨울은 성찰이 아니라 봄을 기다리는 ‘과도기’가 되고 만다. 이러고 나면 한해는 늘 너무 짧다. 해가 바뀔 때면 늘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고 삶은 덧없노라는 한탄들이 반복된다. 차이는 생성을 낳지만 반복은 망상을 낳는다. 망상이란 한마디로 시간과 공간이 따로 노는 것을 뜻한다. 겨울엔 봄을 기다리고 봄엔 가을을 꿈꾸고, 여기에서 저곳을, 저기에선 또 다른 곳을…. 이런 ‘엇박’들 속에서 ‘지금, 여기’의 시공간성은 해체되어 버린다. 남는 것은 오직 부질없는 망상들의 쳇바퀴뿐. 이 ‘차이 없는 반복’ 속에선 아무것도 생성되지 못한다. 인생도, 우주도.


올겨울 유난히 한파가 심하다. 그 한파 속에서 구제역으로 200만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학살’되었다. 그야말로 ‘혹독한’ 겨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섣부르게 봄을 말하지는 말자. 봄에 대한 헛된 희망들이 이 겨울의 한파와 ‘소의 수난’을 외면하게 할 터이니. 모질고 혹독할수록 더욱 치열하게 ‘지금, 여기’라는 현장을 오롯이 주시할 일이다. “겨울에 여름을 그리워하지 않고 밤에 새벽을 기다리지 않는” 툰드라 유목민들이 그러하듯.




발췌 _ 경향신문 고미숙 칼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1241856165&code=9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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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꿈을 꾸고 희망을 말하고 이상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꿈, 희망, 이상을 실현시키기란 여간해서 힘들다.
어쩌면 우리의 희망을 가슴속에 옹졸하게 움켜쥐고 있을뿐
행동하지 않고 이야기조차 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현실의 각박함이 가림막이 되어 꿈과 희망을 꺼내기조차 꺼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침에 고미숙 칼럼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가슴을 울렸다.
계절의 변화는 우리의 삶의 행보를 일정부분 결정해 준다.
땅을 일구고 살던 시절에는 자연의 변화에 희망을 심고 열심히 일하고 수확을 하고 쉼의 반복 속에서
매해 결실을 맛보며 희망과 땀의 감동을 느껴왔다.
하지만 실내의 온화한 시멘트 속에 사는 우리들은 이런 자연의 시간에 무뎌져 자연의 흐름을 놓치고 있다.
그렇기에 한없이 무력하고 불안하고 성과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고 있을지도 모른다.
항상 우리 눈앞에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일, 할 수 있는 일들이 놓여있다.
그것들이 있다면 그것을 함으로서 가치가 있다.
그리고 성과로서 땀으로서 노력으로서 어떤 방식으로 결과를 맺는다.
그리고 우리는 쉬어야 한다.
하지만 꿈을 심어놓은채 한숨만 쉬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때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한탄하고 있지는 않을까...
자연이 주는 시간의 속도를 스스로 놓아 둔채 지나는 시간을 한없이 원망스러워 하고 있지는 않을까...
조급하게 꿈을 꾸고, 일하는 것이 일하는 것 같지 않고,
쉬는 것이 쉬는 것 같지 않는 지금 도시민들의 삶의 시간은
자연의 시간이 준 지혜를 어긴 결과가 아닐까...다시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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