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를 만들어 쓰기 전에는 주어진 서체에 의지 할 수 밖에 없다.
상황에 맞게 서체가 골라지면서 그 형태는 이미 부여되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서체를 어떻게 배열하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그러므로 디자이너가 의미를 전달하는 노력은 서체를 고르는 행위보다는
공간의 구성에 열정을 쏟아야 할 것이다.
나를 포함한 보통의 디자이너들이 타이포그래픽 디자인을 하는 것은
글자를 만드는 것이 글자를 둘러싼 공간을 디자인 하는 것이다.
그 단어의 의미, 그 문장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문자 사이의 공간, 문자를 둘어싼 공간과 두께, 단어의 배열. 문장의 간격 등
문자들을 둘러싼 공간을 부여함으로서 그 의미를 만들어 낸다.
나에게 서체를 고르라면 딱히 고를 서체가 없다.
영문은 헬베티가, 한글은 고딕 아니면 명조
이유는 가장 중립적인 서체이기에 의미 전달에 주관적 개입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서체의 선택보다는 공간의 선택이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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