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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직업, 디자이너 3
Design | 10/01/10 10:50
3.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 하지만 무척 매력적이기도 하다.'
이렇게 어폐가 있는 문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매력을 갖게 되는 경우는 많은 조건이 따르기 때문이다.
처음 내가 디자인을 시작할 때는 피상적인 매력에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끌렸다. 하지만 갈수록 그 매력은 사라지고 투덜이스머프로 전락하게 된 자신을 발견할 때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택한 내 자신을 수없이 자책하기도 했다.


사촌동생이 직업을 갖는 문제로 찾아온 적이 있다. 동생은 선생님이 되는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어떤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무작정 시험을 준비했던 동생은 사법시험이나 회계사 쪽으로 마음을 돌리고 있었다. 그쪽이 사회적으로 볼 때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물론 사촌동생은 선생님도 검사나 변호사도 회계사도 직업적으로 겪어본 적이 전혀 없다. 그냥 막연하게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과감히 지금 하고 있는 교사 임용시험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그 이유는 현재 내가 좋아하고 있는 것이 허상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이게 좋고 멋있어 보일수도 있지만 그것을 직접 겪어보면 또 다른 것을 찾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교사라는 직업은 이런 점에서 아주 매력적이다. 다른 것에 눈을 돌려도 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고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직업은 한번 발을 들어놓으면 다른 것에는 눈 돌릴 틈이 없다.
어쩌면 내가 선생님이란 직업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된다면 정말 괜찮은 선생님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디자이너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00디자인실장이 멋져서 디자인을 택했지만 그 환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결국 다른 것을 찾아 헤메고 있을 것이다. 혹은 위의 사례처럼 유명디자이너만을 찾아 답습하고 대리만족을 하면서 수동적으로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슬픈 이야기이다.
올 10월 이코그라다 총회에 다녀왔다. 영어가 짧아 많은 것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은 지금까지 자신의 작업물들을 들고와 침을 튀어가며 경험과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 작업물들은 대부분 의뢰받아 이뤄낸 최고의 결과물이다. 의뢰자, 의뢰비용에 따라 결과물의 수준이 정해진다. 그것이 고가의 결과물이면 자랑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을 운운할 때도 소개되는 결과물들은 대부분 의뢰받은 것이었으며 그것은 디자이너 독자적인 판단이라고 말하기 힘든 경우이었다. 그렇게 의뢰받고 그렇게 제작된 것이다. 가령 친환경적인 건물을 의뢰받아 친환경 건물을 지은 것이다.


디자이너의 직업적 태생이 의뢰받아 디자인을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것을 어떤 입장에서 받아들이고 판단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을 따지게 되면 상당히 복잡해지는 것이 또 디자인이고 디자이너라는 직업이다. 자본의 사회에서 주도적인 칼을 쥐고 흔드는 것은 결국 ‘돈을 가진 자’라는 공식은 디자인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기에 디자이너는 태생적으로 독자적인 작업을 할 수가 없다. 디자인을 의뢰받고 그것을 수행함에 있어 디자이너로서 많은 부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디자인을 매력적으로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환상이다. 그것은 무척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이며, 결국 의뢰자를 다시 설득하기 위해서 많은 고충이 따를 것이다.
그렇기에 작업의 방법여부나 의뢰받는 디자인의 고저를 떠나 디자인 자체의 매력은 그 결과물만이 아닌 무언가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서로 아웅다웅 하며 더욱 좋은 결과를 만들도록 노력하는 모습, 그리고 토론하고 타협하는 과정, 그리고 결과물 이런 모든 것들이 함께 모여 디자인의 매력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서 디자이너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정해준 방향에 수동적으로 행동한다면 디자인에서 디자이너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 적극적으로 발언하며 같이 토론하고, 디자인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는 것, 나아가 디자인을 둘러싼 많은 포괄적인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것, 이런 것들이 디자이너를 디자이너답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매력적인 디자이너는 자신의 분야에서 또 자신이 앉은 그 자리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사고하느냐의 문제, 즉 디자이너 자신의 문제이다.


매력적인 디자인,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것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디자인철학과 이에 따른 판단력과 논리, 그리고 그 분야에서의 경험의 축적이 디자이너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스타일과 디자인의 답습은 결코 자신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끌어들여 자신을 합리화 시키는 것이다.
매력적인 디자이너는 그냥 누군가를 답습한다고 나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취향에 의해 결정되는 디자인은 결코 전문적이고 매력적인 디자인이 될 수가 없다. 디자이너로서 시간과 경험이 축적하고 숙련과 숙달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은 디자이너로서 자신을 잡아가는 과정이고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과정이며 디자이너로서 세상을 향하는 과정이다. 표면적인 어떤 것에 이끌림이 아님 그 깊이와 능동적인 모습이 그 디자이너를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자신의 것을 갖기 위해서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자신 혹은 자기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자신의 것이 취향으로 오해되어서는 안된다. 만약 취양이라면 그 취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도록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취향에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자주 말하고 주변과 토론하면서 수정하려 노력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것이 자신을 찾는 행위이다. 이런 것들이 일상에 축적되면서 점차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이런 노력들이 축적되면서 디자이너는 비로서 스타일을 드러낼 것이다. 그러면 디자이너는 충분히 매력적인 직업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끝)





매력적인 직업, 디자인너 2 : http://www.ecocreative.net/tt/index.php?pl=561
매력적인 직업, 디자이너 1 : http://www.ecocreative.net/tt/index.php?pl=552&ct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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