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_처음   |   GUEST_방명록
천연염색 7강
Green_design | 06/05/14 20:50






드디어 기다리던 쪽 염색을 했다.


싱거웠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단지 쪽염색의 최종과정만을 수행한 것일뿐이다. 쪽염색의 진수는 단지 발품과 돈으로 해결했다. 비록 싱겁게 끝났지만 지금까지 배우고 들은 쪽염색을 위한 과정의 정신은 잊지 않고 마음속에 새겨두었다. 하지만 쪽 염색의 빛깔을 제대로 감상할수 있었다. 본래는 쪽의 앙금을 낸것을 따끈하게 데운 잿물에 타서 누룩, 막걸리, 식초 등을 넣고 약 일주일정도 뜨거운 햇볕에 놓거나 겨울에는 뜨끈한 아랫묵에 이불을 덮어 놓아 환원을 시킨 물로 염색을 해야 하는데 시공의 문제가 있기에 우리는 잿물은 탄산칼슘으로 대신하고, 환원은 하이드로설파이드로 대신하였다. 하이드로설파이드는 거의 비슷한 효과로 환원을 시키지만 결여도가 약해질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하셨다. 본래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치기 전에는 이런 편법은 절대 사용하지 않았는데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이셨다고 한다. 요즘은 조금 융통성이 생기셨다고도 하신다. ^^


따끈하데 데운 적당한 한 양동이의 잿물에 쪽앙금 가루를 4수저정도 타고 하이드로설파이드를 2수저정도 탄후 5분정도 놔두면 거품일 살짝 일면서 환원이 된다. 이 상태에서 염색을 하게 되는데 처음에 명주를 담그었는데 녹색빛이 차 오르고 충분히 담근후 빼내고 나면 녹색의 천에 파란 가루들이 묻어있는듯 보인다. 얼룩이 지지 않게 하기 위해 가지런히 담그고 가지런히 빼서 손으로 가루들을 살살 문질러 주는데 신기하게도 녹색 바탕의 천이 시간이 지나면서 파란빛으로 변하게 된다. 이는 공기와 반응하여 색이 변하는 것이라고 하신다. 손으로 골고루 문질러 주지 않으면 군데군데 얼룩이 지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했다. 물론 일부러 얼룩을 주기 위해 몇가지 시도도 해보았고, 그 중 몇개는 어느정도 성과가 있었다.


계속 천을 담그면 색이 빠지게 되는데 적당히 담그었다 싶으면 다시 쪽물을 끓이고, 잿물을 타고, 하이드로설파이드를 탄후 잠시 놔두면 염료가 되살아난다. 이것을 선생님께서는 '깨운다'라고 표현하셨다. 이렇게 깨워진 쪽물은 처음처럼 남색계통으로 진한 염색은 되지 않고 점차적으로 색의 밝아진다. 이렇게 해서 그라디언트를 낸다고 하셨다. 밝아진 상태에서 염색한 천을 종종 물에 담궈서 빨았는데 그러면 색이 약간 빠지고, 쪽가루가 씻기면서 바탕에 남았던 녹색이 파랑이 된다. 이 색은 상당히 맑은 파랑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런 반복을 계속하여 염색을 진행하였다.
비록 지난시간부터 강조해오시던 쪽 염색과의 만남이 약간 싱거웠다 치더라도, 선생님께서 강조하신 염료를 만드는 억센 과정의 여운은 반드시 남기리라 다짐하였다.


이렇게 해서 기본적인 염색은 마치고 다음주부터는 간색(복합염색)의 빛의 세상으로 가게 된다. 다음주는 '녹색'이라고 하셨는데 3m 짜리 어떤 종류의 천을 가져갈까.....벌써부터 들뜬다.


수업을 마치고 두현이가 군대를 간다고 환송회를 치루었다. 두런두런 이야기도 하고, 격려와 위로시간을 가지며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인사동 아라가야에서 차를 마시게 되었다. 거기서 이대 한 교수님을 뵈었다. 시간이 좀 있었더라면 많은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와이프의 재촉으로 인해 좋은 기회를 잃어 안타까웠다. 하지만 짧은 순간이지만 현재의 디자인을 알기위해서는 과거의 디자인에 대한 진지한 사고와 연구가 있어야 된다는 좋은 말씀을 들었다.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이대선생님이 이나경선생님을 보고 "윤호섭선생님 팬이 다 되셨구만" 하시며 웃을실때 "저희 이나경선생님 팬입니다"라고 얘기했다.


그렇다... 팬이 되었다.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고 컴퓨터에서 뿜어나오는 인쇄소에서 뽑아져 나오는 빛만을 다루던 내가...염색은 커녕 천이름도 드문드문 발음하던 내가....단지 천연염색은 친환경적인 염색이다 라는 정도로 지나치던 내가.... 천연염색의 빛깔에 매료되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내질렀던 탄성들이 쌓이고 쌓여 선생님의 팬이 된 것이다. 이제는 친환경이라는 바탕에서의 천연염색이 아닌 진짜 자연이 내는 빛깔의 신비라는 바탕에서 천연염색의 팬이 된 것이다. 완벽히 일관되지 않으면서 빛의 방향과 천의 구김에 따라 아른아른 물결치는 그 빛의 매력을 이제야 눈치챈것이다.
이렇게 된 것에는 물론 선생님의 열정이 한 몫을 하게 된다.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시는 열정, 천연염색에 바치신 열정, 이런것들이 나를 팬으로 만들었으리라....


열정.... 열정이다. 내가 아니 우리가 윤호섭교수님을 따라 여기까지 온 것도 죄다 선생님의 열정을 배우기 위해서이다. 따지고 보면 나도 예전에 "우리 선생님 디자인은 너무 편향된 경향이 있다"며 비판을 한적이 있지만 선생님의 열정만큼은 문제삼을수 없다며 그 열정을 부러워했었다. 지금 나는 또다른 세계의 열정을 가지신 선생님을 만났다. 어쩌면 이런 분들을 만난 난 행운아이지만 그만큼의 댓가를 치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온다. 이런 압박감이 나를 더 달리게 만들것이고 열정으로써 타올라야 할텐데...
 
 
 
관련글(트랙백) | 댓글
이 글의 관련글(트랙백) 주소 :: http://ecocreative.net/tt/rserver.php?mode=tb&sl=183

아이디
비밀번호
홈페이지 비밀글로 저장
내용
 






[PREV] | 1 ... | 103 | 104 | 105 | 106 | 107 | 108 | 109 | 110 | 111 ... | 131 | [NEXT]
ecocreative _ecological + creative
> Calender; 
> Category
분류 전체보기 (763)
Portpolio (99)
News & graphic (57)
Life (247)
Green_design (131)
Design (124)
Book (45)
memo (60)
> Article
+ 블로그 이동
+ 디자인에 박사 학위가..
+ 새 블로그
+ 메모
+ 갈림길
+ 디자인과 테크놀로지_..
+ 공생 공존
+ 이제석
+ 빈센트 반 고트(goat, 염..
+ ‘디자인 광풍’이 낳.. (2)
> Comment
+ 랜드의 선봉장~!! cod..
+06/24 - awdawd21
+ 카 지 노의 선봉장~!! ..
+11/06 - 김혜수
+ 어제 SBS스페샬의 "..
+12/10 - christa
+ 지금 보니까... 저도 4번..
+08/25 - 여경
+ 경향신문의 CI가 이렇게..
+08/24 - 윤희형
> Link
+ 강구룡 griong
+ 강주현_jdextaphor
+ 경향신문
+ 구정은 ttalgi21
+ 구혜린 greendolphin
+ 권승순 suede94
+ 권준호 jhkwon
+ 그룹사운드 magenta
+ 그린디자인전공
+ 김성라 rockoon
+ 김유진 greenankh
+ 김의래 euirae
+ 김진수 irrawaddy
+ 디자인 시장
+ 디자인 읽기
+ 서용빈 pyrechim
+ 성재혁 iamjae
+ 손미현 sohnmyun
+ 식탁 jejeji
+ 유혜인 haein85
+ 윤여경 ecocreative_2
+ 윤여경 새 블로그
+ 윤호섭 greencanvas
+ 이경재 ecodress
+ 이명우 greening
+ 이여형 liveinharmony
+ 이지원 hongjt10
+ 이진윤 leejeanyoun
+ 전씨 amberjeon
+ 정진열_therewhere
+ 제주부부 arooki
+ 지속가능디자인포럼..
+ 최성민_minister
+ 커뮤니티 nongjang
+ 트위터_tigeryoonz
 Trackbacks
 Archives
 Visitor count
_위치_이웃로그 +RSS +관리자

 

 

Warning: Unknown(): write failed: Disk quota exceeded (122) in Unknown on line 0

Warning: Unknown(): Failed to write session data (files). Please verify that the current setting of session.save_path is correct (.//session_path) in Unknown on line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