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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 그리고 대중과 평론
Life | 07/08/12 15:23





100분토론에서 디워를 다루었다. 시사토론프로를 즐겨보는 편이지만 특정영화와 그 현상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것은 처음이라 새롭게 느껴졌다. 그러나 토론의 수준은 생각보다 조금 미약했다고 느꼈다. 토론프로를 볼때 패널들의 논점이나 말에 따라 토론이 난장판이 될 경우 짜증이 나서 채널을 돌려버리는데 이번 토론에서 가끔 그럼 점을 느꼈지만 끝까지 보았다. 새로운 시도였기에 그 결말이 좀 궁금하기도 했다.
사실 공중파라는 특유의 긴장감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패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다 제시하기 힘들었고 논리적으로 전개하기도 벅찰 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그 목표와 의제도 불분명하고 결국 '영화를 둘러싼 모든것'이란 틀속에서 진행되었기에 어떤 의미있는 결론도 기대할 수 없었다.

내가 본 토론의 주요 쟁점은 평론가와 대중과의 이질감으로 느꼈다. 스스로 이번 디워논란의 시작과 원인이 그 이질감에서 촉발 되었기에 패널들 각자의 말속에서 평론가와 대중에 대한 입장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디워의 마케팅, 애국심, 눈물 등의 외적인 요소들의 평가와 이해는 대부분 평론과 대중의 의견차가 없다. 단지 그것을 받아들이는 입장차가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칼날을 거두지 않고 있기에 더욱 이 논란의 골이 깊어진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디워 논란을 계기로 평론과 평론가에 대한 사회적 역할과 대중과의 관계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좋은 역할모델이 된 것 같다.

부분적인 요소들의 개별적 논쟁은 답이 안나올 정도로 이번 디워의 논란은 상당히 복잡성을 띈다. 그렇기에 어떤 특정한 기준으로 서로를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처음엔 충무로와 심형래감독과의 대결구도 자체도 흥미롭게 보았으나 이미 자본논리에 복속된 충무로의 속성을 간과했다. 그 결과는 거의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패널이었던 김조광수의 말처럼 이미 자본에 길들여진 충무로는 심형래의 이번 성공으로 어떤 형태로든 서로 가까워질 것이라는 지적에 공감한다.

결국 대중(네티즌)과 평론가와의 간극이 이번 논란의 초점으로 귀결된다고 본다. 여기서 대중과 평론가와의 관계에 무게를 두게 된다. 대중은 무엇이고 평론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예전엔 나는 이런 것은 생각조차 않했다. 이미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갖춘 평론가들이 워낙 똑똑하기에 알아서 잘 할것이란 막연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에서 평론가도 역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난 이번 논란의 시작이 일부 평론가들이 일부 대중의 표현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예전에는 대중의 모습이 조사나 통계 혹은 어떤 문화현상으로 표출되었지만 인터넷이 발전된 현대 대중의 모습은 전체성을 유지하면서 점차 개별성을 띄어가고 있음을 발견한다. 이것은 웹2.0시대에 개인 블러그 등의 인터넷 소통공간이 확산되면서 더욱 강하게 그 개별성이 드러나고 있다. 전체적인 대중의 형상성은 과거시절과 비슷하지만 인터넷과 매체의 발달에 따라 표현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다양해 지고 있다. 때론 아주 공격적인 성향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렇담 평론의 어떠한가? 평론은 이미 개별성을 기반으로 한다. 평론가는 지극히 개별성에 의존하고 자신의 철학과 지식에 기반하여 나름대로 현상을 분석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자로서 익명보다는 분명히 자신을 밝히는 공인으로서의 모습이어야 한다. 이것은 매체와 인터넷이 발달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디워 논란에서 이 두 부류의 충돌은 일부 평론가들이 대중의 시대적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함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즉 평론가가 대중의 전체적인 모습보다는 일부 공격적인 성향의 네티즌에 집중하게 되고 또 이에 광분하면서 '일부 공격적 네티즌'과 '일반대중'을 동일시하게 되었다. 평론가 자신이 그 대결구도에 빠져 전체의 일반 대중을 공격하는 이상한 현상을 낳았다고 생각한다. 이번 100분토론에서 진중권씨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진중권씨는 '집단적 대중'과 '개별적 평론가'를 인식하기 보다는 '개별적인 대중의 일부'와 '일반대중'의 간극을 간과함으로서 즉, 일부 공격적 네티즌을 '일반대중'과 동일시 함으로서 일반대중 전체를 질타하는 우를 범했다. 그리하여 잠재된 또 다른 공격적 표현을 가진 네티즌을 깨우고, 논란의 초점이 건전해지기 보다는 더욱더 이상한 수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우리는 대중을 전체적인 모습으로 바라보지 그 일부 개별적인 모습의 잣대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그것은 단지 대중의 하나의 현상일 뿐이거나 개인적 성향의 문제이다. 그것이 일반대중의 모습으로 비약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기에 대중의 모습은 어떤 모습으로 표현되는 가에 집중하기 보다는 좀더 그 흐름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의 표현에 일일히 집착하여 따져 보기에는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그 결과도 무척 혼란스러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평론은 상당히 개별적이다. 대중의 일부 표현에 농락당하기 보다는 좀더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 평론가로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때는 공인으로서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 접근이 상당히 냉정해져야 한다. 흥분은 결코 평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흥분한 평론은 결국 평론가 자신을 다른의견을 가진 공격적인 네티즌으로 전락시키게 된다. 흥분한 평론은 그 공인력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을 듯 싶다.



진중권씨의 100분토론에서의 자세는 좀 문제가 있었다. 사실 진중권씨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하지만 논리를 전개하는 과정과 말투, 표정, 표현이 평론가로서 적절해 보이지는 않았다. 아무리 기능이 좋은 물건도 디자인이 저급하면 결코 좋은 제품이 되지 못하듯 진중권씨의 표현은 좀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기에 이번 진중권씨 관련 논란도 내용에 있기 보다는 표현에 많이 집중되어 있는듯하여 안타깝다.



집단적 대중은 개개인들이 묶인 것이기는 하지만 각각의 표현 형태를 어떤 식으로 통제하기도 단정짓기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개별적인 평론가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 이번 논란으로 평론가들이 대중(네티즌)을 탓하기 보다는 자신들을 한번더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에 있어(사실 해결할 문제도 없지만 ㅋ) 대중에게 이성적인 입장을 요구하기 보다는 일부 과격 평론가들 자신이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에 휘말리지 말고 차분하게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쉬울듯 싶다. 아이들끼리(일부과격네티즌 VS 일부과격평론가) 싸운다고 굳이 어른(대중과 평론가)들까지 나서서 싸우는 모습은 어떤식으로든 보기 않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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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사군 07/08/12 15:41 R X
좋은 글입니다.

말을 할 때는 틀렸나, 옳나를 따지기 전에 일단 그 말이 제대로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토론을 한다는 것은 논리와 논리를 비교 대조한다는 게 아니라 교감의 과정이니까요.
만약 논리와 논리를 비교 대조하는 것이라면 그건 토론이 끝나고 요점정리로도 충분하겠지요.
그런걸 간과한듯한 토론이었습니다.

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이번에 진중권씨의 태도는 아쉽더군요.
많이 실망했습니다.
토론 중의 스포일러(제가 영화를 아직 안 봤는지라^^)부터
방금 기사를 보니 블로그에 네티즌을 '어린이들'이라며 수준을 깎아 내리는 발언까지 하구요.
그것이 비록 네티즌들이 리플로 공격한 후 일어난 일이라 쳐도
공인으로써 보여줄 모습은 아니라고 봅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윤여경 07/08/12 17:47 R X
'교감의 과정'이란 말이 쏙 들어오네요 ^^
방문과 답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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