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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가치
Design | 08/02/29 14:51
우리가 디자인을 하면서 일반 사람들과 소통함에 있어 우리는 과연 그들을 얼마나 생각하는가?


디자이너들은 소비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얼마나 배려하고 그들에게 접근하고 있는가를 떠올리면 참으로 안타까운 점이 많다. 빅터파파넥이 말하는 연상의 가치에 있어 사람들은 어릴적 기억이나 개인적인 환경과 문화에서 오는 자신만의 미적 가치와 유용성을 따져 디자인(제품이나 정보)을 구입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디자인은 이런 개개인의 특성보다는 차트나 일부 심리학적 연구에 근거하여 세상에 디자인을 꺼내 놓고 그들에게 어필하려 한다. 그렇기에 많은 디자인들이 쓰레기로 전락하는 사례가 흔하다. 그나마 차트나 조사에 의한 디자인은 양반이다. 실제로 많은 디자인들은 디자이너의 개인취양이나 우리가 통상적으로 부르는 '아이디어'라는 개별적 추론에 의해 디자인되어 세상에 나온다. 이 디자인들은 거의 모험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디자인 나쁜 디자인을 말할 때 그것의 기준은 무엇인가? 디자인 공모전에서 혹은 역사적 가치에 있어 좋은 디자인의 기준은 거의 디자이너들이 판단한다. 그저 그럴 뿐이다.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 놓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디자인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가치는 항상 소외된다. 그렇다고 잘 팔린 디자인이 좋은 것이냐? 그것도 오류가 있다. 디자인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군중심리는 어떤 개인적 취양보다는 보편적인 대중심리에 많이 의존되기 때문에 반드시 좋은 디자인이서 잘 팔린다고 말하는 것에도 무리가 있다.
디자이너들이 만든 세상과 디자인소비자들이 만든 세상에는 어떤 벽이 쳐 있고 항상 그들은 서로를 동경하지만 그 벽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참 어려운 문제이다. 이것은 좋은 디자인을 말하는 문제와 마찬가지다.
얘기를 진전시켜 훌륭한 디자이너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코카콜라와 계약하고 삼성과 소니 등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유명 패션 회사와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는 훌륭한 디자이너 인가? 혹은 잘 팔리는 디자인을 한 사람이 훌륭한 디자이너인가? 아이디어가 훌륭하고 감각이 뛰어나 항상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칭찬받는 디자이너가 훌륭한 디자이너인가? 사실 위 모두는 현재의 가치에서 우리가 우러러 보는 훌륭한 디자이너이다. 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보편적 디자인 가치를 잘 따르고 디자인을 소비하는 사람들에 기여했는가를 생각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그들이 돈을 많이 벌고 유명해지고 스타일이 뛰어난 제품이나 그래픽을 생산했는지는 몰라도 이 시대의 사회와 문화적 가치에 있어 혹은 일반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좋은 기여를 했냐라고 반문 했을 때는 더욱 부정적인 대답이 나올 수 있다. 나아가 전 세계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소외된 계층, 즉 돈을 내고 소비하는 것에 인생의 가치를 걸기 보다는 삶과 문화에 더욱 가치를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 디자이너가 훌륭한 디자이너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소비자)과 디자이너의 근본적인 벽의 문제는 사실 디자인 공부에 있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디자인 공부의 방향성은 디자이너들이 스스로 쳐놓은 그물 속에 한정된다. 디자이너들은 그 안에서 서로의 스타일에 감동을 받고 그 스타일을 본받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려고 노력하다. 서로의 스타일을 얘기하면서 그것이 디자인 철학인 마냥 떠들어댄다. 그 그물안에는 사회, 경제, 정치, 문화, 철학 등은 빠져있다. 오로지 스타일만 있을 뿐이다. 행여 사회나 경제문제가 언급된다고 하더라도 보편적인 수준이거나 심지어 듣기 민망할 정도로 지극히 개인적이다. 디자인은 그 시대의 시대적 정신을 분명 반영하고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들은 그 시대의 본질적인 인문학적 문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나아가 그 시대의 과학이나 기술 등의 공학적 지식도 전무하다. 시대의 과학기술은 디자이너가 활용해야할 가장 기초적인 관심사이다. 하지만 여전히 디자이너는 스타일 외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모더니즘은 어떻고, 포스트 모더니즘이 어떻고, 누가 유명한 디자이너이고 타이포그래피가 어떻고... 등등 이런 논의가 과연 디자인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디자인과 예술문화를 적극적으로 이해하는 일부 의식있는(돈좀있는) 소수 디자인소비자들이 감탄하고 비싸게 구입하는 예술적인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인가? 디자이너들이 모여 그럴싸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에 맞는 멋진 디자인들을 만들어 전시를 할 때 그 전시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일반소비자들이 과연 그 전시에 관심을 보일까? 행여 들어온다고 치더라도 그들이 느끼고 가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류의 수많은 질문들이 머리속을 어리럽힌다. 현실세계의 디자인논의와 디자인들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수 없다.
그렇다. 우리가 보는 디자인세계는 너무 좁다. 이 좁다란 공간에서 우리는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하며 바둥거리고 있다. 똥인지 오줌인지 가리지도 않고 소비를 조장하고 있다. 그리고 순간의 쾌락에 빠지고, 그 쾌락을 위해 소외된 사람들이 착취당하건 지구가 위기에 빠지건 말건 그냥 닥치는 대로 만들고 소비하고 낭비한다. 디자이너들도 자신들의 위대한 가치는 잊은 채 돈을 많이 버는 유명한 디자이너들을 동경하고 그들의 스타일을 운운하며 수많은 디자인들을 거리에 걸고 즐거워한다. 그리고 크게 주목을 받건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건 그 디자인들은 쓰레기로 버려지거나 방 구석에 쳐박힌다.


이제 디자인적 가치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그리고 스타일의 논쟁과 논의는 이만해도 이미 충분하고 넘친다. 우리가 아이디어에 감탄하며 스타일을 가지고 떠들고 있는 이 순간에도 이 사회는 점차 디자인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고, 디자인 세계에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유입된다. 심지어 디자인을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이 디자인을 운운하며 디자인 분야를 주도하려 한다.
디자이너들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더욱 똑똑한 인간들에게 우리 자신을 맡기는 것도 가치있는 방법이지만 똥인지 약인지는 가릴 정도의 지각은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대로 계속 끌려 다녀야 하는가? 디자이너의 위대한 능력을 힘 있는 분들의 돈버는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소외된 사람들을 착취하는데 오용되고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디자이너는 분명 가치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현재 우리들(디자이너)이 하는 일이 결코 가치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진정 가치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디자이너들이여 그림책은 잠시 덮어놓고 글씨를 읽어라!
그리고 가치있는 디자인에 대해 서로 토의하고 토론하라!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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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08/03/03 04:27 R X
좋습니다. 형님.
'좋은 디자인'에 대한 형의 열정이 느껴지는군요.
여경갤러거 08/03/03 11:05 X
아직 열정만이지... 개인적인 공간에서 주절히 떠들어댈뿐
열정을 실제로 옮기는건 생각보다 쉽지 않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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