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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일꾼 인터뷰(작은것이 아름답다 7월)
Green_design | 08/06/22 18:08


작은것이 아름답다 7,8월호 (녹색연합)




모나미 디자인팀 류재준 대리







“산책을 자주하고 자연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다. 화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여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사람이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中)


     최근 읽고 있는 책이 있냐는 질문에 책을 꺼내어 이 구절을 읽어주었다. 이 책에서 ‘화가’를 ‘디자이너’로 바꿔 읽으며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며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들과 자연의 매개체로서 역할과 책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말쑥한 외모에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와 눈매는 흔히 떠올리는 빈티지한 느낌의 그린디자인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인다. 하지만 환경문제를 논할 때는 어느 환경운동가 못지않게 강한 어조로 얘기한다. 류재준씨의 이력을 통해 그의 성향을 조금은 엿볼 수 있다. 대학시절 공예를 전공하였지만 이미 여러 분야의 디자인에 두루 관심이 많았던 그는 특히 영상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영구아트무비에서 사회 첫발을 딛었다. 환경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홀씨’라는 친환경 어린이 교육교재를 만드는 작은 공방으로 자리를 옮겼고 여기서 환경문제를 디자인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류재준씨는 그린디자인전공 3기생으로 필자의 한 학기 선배다. 일찍이 디자이너로서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에 국민대 디자인대학원에 그린디자인전공이 개설되자 바로 입학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린디자인을 공부하면서 그는 진정으로 그린디자인이 필요한 분야는 산업에서 제품디자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졸업 후 바로 ‘모나미’ 제품디자인팀에 들어가게 된다. 제품디자인에 크게 경력이 없었지만 다행히 친환경제품에 관심이 많았던 디자인팀장이 그린디자인을 공부한 경험을 높이 사 이직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그는 여러 디자인 분야를 넘나들고 있다.
     “학교와 현장은 많이 달라요” 기업에서 그린디자인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냐는 기대어린 후배의 질문에 난색을 표하며 답한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 값의 폭등으로 재생수지의 관심이 늘고 있고 공정을 줄이는 등의 효율적인 생산방식에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즉 환경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살아남기 위해서 기업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중국공장에 방문해 비효율적인 생산방식에 적지 않게 놀랐다고 한다. 연필에 페인트를 칠하기 위해 10여 차례가 넘는 공정을 거친다. 단순한 나무자체의 느낌도 외관상에서도 혹은 사용함에 있어 전혀 불편함이 없는데 불필요한 치장을 위해 수없이 많은 공정이 이루어지고, 이는 품질에 있어 여러 가지 문제조차 야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한 많은 책임이 디자이너에게 있다고 말한다. 이미 디자인단계에서 스타일에 치중한 디자인이 현장에서 불필요한 공정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을 줄이면 생산성이 오르고 유해물질 발생이 줄고, CO2발생도 준다. 게다가 노동여건도 좋아진다. 이는 디자이너가 산업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반증하는 것이 아니냐며 반문했다.
     그는 그린디자인이 단순히 친환경디자인만은 아니라고 한다. 즉 기업에서 공정을 줄이고 효율적인 생산방식을 취하며 너무 많은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기 보다는 정말 필요한 제품만을 잘 개발하여 생산하는 것도 그린디자인의 한 측면이라고 하며 여전히 스타일에 국한된 디자이너들의 좁은 시야를 한탄했다. 또한 그린디자인은 그 형태에 있어서도 자연의 형상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기능에 적합한 형태를 만드는 것이 진짜 그린디자인의 방향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훌륭한 기능을 가진 제품이라고 할지라도 기능에 적합한 형태를 살리지 못하면 그 제품은 시장에서 쉽게 사장된다는 것을 몇 차례 경험을 통해 체득했다고 한다. 학교에서 배우고 옳다고 여겼던 그린디자인을 실제로 산업현장에서 실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행착오를 통해 몸으로 체득하면서 기업이 자연스럽게 그린디자인을 받아들일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우선 회사 내에 디자인 스터디 그룹을 조직할 계획을 말한다. 그는 스터디그룹을 통해 주변에 공감대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하나씩 실천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그린디자인을 실천하겠다고 한다. 환경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마인드적인 바탕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현대 디자이너의 대부분이 비슷한 실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그린디자인 마인드를 가지고 디자인을 하게 되면 디자이너로서 훨씬 더 강점을 지니게 되는 것이라며 애정 어린 조언을 당부했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녹색일자리라는 것은 애초에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녹색일자리에서 녹색일꾼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녹색일꾼에 의해 녹색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시대에 중요한 것은 녹색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류재준씨와 같은 녹색일꾼을 만드는 것이 더욱 시급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글 윤여경 / 사진 김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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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재공주 08/06/25 13:11 R X
역시^^ 자랑스런 재준선배~ 글잘쓰시는 여경선배 얼마나 진지하게 사진을 찍었을지 상상이가는 성현후배!! 너무 뿌듯하고 가슴벅차네요^^
우리 처음 그린디자인 입문해 누구보다 진지하게 현실과 미래를 걱정하던 모습들도 떠오르고.. 지금 이렇게 한사람 한사람 자기자리에서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모습이 더없이 뭉클합니다 ^^
여경갤러거 08/06/26 20:11 X
그렇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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