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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Life | 08/10/06 11:28




음악을 들으며...

나는 어떤 존재로 살고 있는가? 이런 느낌들을 잠깐 돌아보고자 한다.



       10대, 치기의 시절이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 치기마져도 순진했던 그래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순수함에서 벗어나기 힘들 시절이기도 했다. 그 시절 어떤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와 같은 선상에 친구를 두고 생각했고 그 수평선 위에서 그와 나의 위치를 가늠해 보았다. 호감이 있다면 좀더 가까운 곳에 친구를 두고 싶었고 호감이 없으면 수평선상에서 좀더 멀어지기를 바랬다. 호감이 없다는 것은 단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을 뿐... 그 사람을 깔보거나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하지만 사회에 점차 찌들어가는 내 모습은 어떠한가? 이미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사람의 스팩을 따진다. 심지어 이성 이야기를 할 때면 우리는 흔히 ‘예뻐?’라는 질문을 서슴없이 하며 자신의 천박함이 들어나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30대가 말하는 ‘예뻐?’의 어감은 10대시절 하던 ‘예뻐?’와 너무나 다르게 느껴진다. 30대가 된 지금의 난 외모에 대한 질문도 그 순수함이 의심받을 지경이다.
       또한 사회에 적응해 가면서 우리는 여러 가지 욕구의 시험대에 올라선다. 그 욕구의 시험대에서 우리는 치열하게 싸움을 하며 승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승자는 또 승자전에서 싸움을 한다. 여기에서 승자는 또 승자전으로 계속 올라간다. 패자는 당연히 패자전으로 떨어진다. 이런 반복적이면서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누가 승자인지 패자인지 가려내는 버릇을 배운다.


       난 언론에서 일한다. 편집국에서 일을 하다보니 공교롭게도 직업이 기자가 되었다. 기자협회에 가입되고, 기자 수당을 받으며 주변에서 나를 윤기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난 디자이너다. 나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엄청난 갈등을 겪어 왔고, 어렵게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얻었다. 또한 난 여전히 디자인을 하고 있다. 단지 일하는 장소가 편집국일 뿐이다. 가끔 회사 선후배들과 술자리를 함께 할 때 술이 얼큰하게 오르면 나는 정체성에 대한 언급을 하곤 한다. 내 개인적인 경우에 ‘내가 기자냐? 디자이너냐?’라는 문제이다. 그럴 때면 ‘난 나는 디자이너이고 기자가 아니다’라고 얘기하고 선배들은 ‘넌 기자다’라고 얘기한다. 내 자신이 디자이너라는 것을 너무나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은데 그리고 그 분들은 나를 더욱 중요한 존재인 기자로 끼워주고 싶은 것이다. 즉 저변에 기자가 디자이너보다 더 훌륭한 직업 혹은 중요한 존재라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런 모순적인 대화는 단순히 우리 회사에서만 일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흔하게 일어난다. 걘 뭐해? 걔네 집 부자야? 걔 영어 잘해? 걔 예뻐졌어?(몸매는 어떤데?) 이런 듯 너무나 다각적인 차원에서 우리는 사람들을 수직으로 세우고 있다.
       이런 수직적인 의식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이고 왜 생기는 것일까? 나에게도 누군가에게도 이런 의식이 점차 번지고 있으며 우리는 모두 이런 의식에 길들여지고 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입에서 튀어나오는 이런 모순들은 겉잡을 수 없이 우리 안에서 혹은 우리 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다. 난 내가 디자이너라고 인정받아야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그 다음 이야기를 전개할 수가 있다. 그런데 내가 디자이너가 아닌 기자로 여겨지면 어쩔 수 없는 사회계급사회에서 약간 높은 자리를 차지할지 모르지만 난 전문성을 상실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조차 의심받게 된다. 물론 내 입장에서 나를 기자냐 디자이너냐 가르는 것은 답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예술과 디자인의 차이를 다루는 것처럼) 하지만 두 직업을 겸하고 있는 나로서는 두 직업의 차이에 확실히 선을 그어봄으로서 내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인식 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본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 자신은 점차 스스로를 잃고 있다. 주변 상황과 주변의 인정 등을 주워 먹으려 들뿐 자신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망각하고 있다. 주변에 치이며 어릴적 가졌던 원대한 꿈은 잃어 버린지 오래며 가끔씩 가지는 소박한 꿈조차 여기저기 비교의 대상이 되며 폄하되곤 한다. 혹은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 엄두를 내지 못한다며 핑계를 대는 아이러니한 삶을 살고 있다.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떠나고 싶지만, 주변의 시선과 앞날에 대한 걱정에 아무것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스스로에게 만족하기 보다는 주변에서 보아주는 시선에 만족을 얻는다. 이렇듯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
       이런 정체성 상실은 스스로를 주변에 의지하게 만들고 계급화 된 사회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계속해서 확인하면서 살아가도록 강요하고 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인정하기 보다는 남에게 인정받아야 만족을 얻을 수 있으며 더욱 더 인정받기 위해 자신을 혹독하게 다그친다. 승리의 기쁨은 달콤하지만 짧다. 승리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계속 나아갈 길은 너무나 까막득해 지평선조차 보이질 않는다.


       대학원의 한 후배가 작업을 진행하면서 만난 한 목수 분이 자신은 목수라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며 자신을 꼭 목수라고 불러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한다. 디오게네스는 자신을 거리의 부랑자로 자칭했고, 내가 즐겨보는 TV프로인 대왕세종에서 세종은 자신이 왕이라는 현실을 향유하기 보다는 보다 훌륭한 왕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영남대 법학교수인 박홍규 선생은 가르치고 연구하는데 핸드폰과 자동차가 필요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조교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항상 그들이 생각하는 그 자리에 선생이 계시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맞은 현실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해 보인다. 덜컹거리는 큰 소리는 나지 않지만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또한 그 소리는 부담스럽거나 거북하지 않다. 그저 정겨울 따름이다. 게다가 그 달그락 거림은 점차 우리에게 큰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아무리 멋진 노래 가사도 가락 없이는 그 느낌을 살리기 어렵다. 어떤 노래 가사는 그냥 읽으면 그 뜻을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천천히 음악을 들으며 음미하면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가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노래가사에는 각각의 가락이 따로 있다. 빠른 가락, 강한 비트의 가락, 난해한 가락, 어떤 가락에는 아예 노랫말이 없다. 여러 가락이 있지만 각자의 노랫말과 짝지어지고 어우러져 감동을 주는 것이다. 나의 노랫말에는 어떤 가락이 어울릴까? 주변의 가락에 나의 노랫말을 주변에 의지해 억지로 맞추기 보다는 내 가락을 스스로 찾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하게 세상에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언제 마지막으로 받았는지 기억조차 가물한... 앨범을 선물(뇌물?)로 받았다.
소중한 음악을 들으며 몇자 끄적여 보았다.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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