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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해진 그린디자인
Green_design | 08/10/24 23:06
트랜드로서의 그린디자인에 대한 우려




최근에 ‘그린디자인’이 유행인가 봅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각종 전시나 프로젝트의 주제로 그린디자인을 채택하고 자주 언급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그린 Green' '에코 ECO' 등의 단어를 제품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이 정도 기세라면 지금의 환경문제는 금방 해결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구는 온갖 오염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으며 이는 더욱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해결의 실마리는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난무하고 있는 ‘그린’ 혹은 ‘그린디자인’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거죠?


윤리적인 쓰레기
최근 그린디자인의 쓰임을 보면 더욱 혼란스러워 집니다. ‘그린디자인’ 딱지만 갖다 붙히면 모든 것이 ‘그린디자인’이라고 우겨도 별수 없을 것 같습니다. 모더니즘도 그린디자인이고 포스트모더니즘도 그린디자인입니다. 메시지가 친환경적이면 그린디자인이고, 재활용으로 무언가를 만들면 무조건 그린디자인입니다. 다기능적이고 효율적인 디자인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의미를 가져도 그린디자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뭇잎이나 나무, 녹색, 멸종동물 등의 자연적인 이미지를 첨부하고 그린디자인이라고 우기면 그것도 그린디자인입니다. 만약 수소폭탄을 만들어 놓고 포장에 나뭇잎 몇 개 그려 넣고 제작과정이 친환경적이라고 우긴다면 수소폭탄도 그린디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수소자동차도 그린디자인인데 수소폭탄이라고 그린디자인이 안될 건 뭐가 있겠습니까?
최근 디자인트랜드인 그린디자인은 사회에 이렇게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되었던 그린디자인이 사회에 자리를 잡아가면서 점차 비상식적으로 왜곡되고 있습니다. 그냥 사람들이 최신 트랜드라고 말하니까, 너도 나도 그린디자인을 가져다 붙이는 추세입니다. 반환경적이고 반인간적인 기존의 알맹이는 그대도 놔둔 채 포장만 바뀌고 있습니다.
그린디자인의 선구자인 빅터파파넥(Victor Papanek, 1926~1998)은 ‘디자인에 정답은 없다. 단지 옳고 그름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것이 그린디자인이다’라는 정답은 없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의식하고 그린디자인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만 지금의 트랜드로서의 그린디자인이 옳은 방향이냐 하는 점에서는 여러 가지 의구심이 듭니다. 비판을 하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모처럼 온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린디자인의 실체가 뭐냐?’는 질문은 4년 전 제가 그린디자인 전공에서 공부할 때 친구들이 ‘황우석사건’과 빗대어 던지던 질문이었습니다. 그때 그린디자인을 옹호하기 위해 나름대로 대답했지만 변명뿐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린디자인을 공부하면서도 그린디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린디자인은 콩기름으로 인쇄해야 하며 종이는 비목재펄프를 사용하고 생분해플라스틱 사용을 권장하거나 재활용이 가능하게 디자인해야 한다는 등 방법적인 측면에서는 이것저것 떠들어대면서도 정작 그린디자인의 개념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어떤 논의도 없이 혹은 현대 사회에서 디자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개념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온갖 디자인 트랜드를 만들어 놓고 입맛에 맞게 갖다 쓰는 현대디자인 풍조에 그린디자인도 휩쓸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시장에 또 다른 매력적인 개념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그린디자인이라는 헌 옷을 벗고 새로운 옷을 갈아입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홍보하거나 물건을 팔기위해 금방 디자인의 방향을 바꿀 것입니다. 이렇게 같은 문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100년의 짧은 산업디자인역사에서 충분히 경험하고 있습니다. 트랜드로서의 그린디자인은 디자인의 발전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환경 파괴의 주범이었던 소비주의 디자인에 면죄부만 줄 따름입니다.
그린디자인에게 대해 주변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럼 디자인을 하지 말란 것이냐?’란 반문을 받곤 합니다. 의미보다는 방법과 표현에 지나치게 치우친 트랜드로서의 그린디자인에 대한 비판이 디자인 존재유무조차 흔들고 있다고 느끼는 듯합니다. 그린디자인을 이야기하다 보면 으레 대화가 디자인의 본질에 이릅니다. 그린디자인 오해의 원인은 역시 잘못된 디자인인식 자체에 있기 때문입니다. 실습 위주의 디자인교육은 디자인을 그저 하나의 표현물로 배워왔고 인식되어 왔기에 어쩔 수 없는 반응입니다. 학교나 사회활동을 하면서 디자인의 개념과 철학, 직업의식 등을 배운 적도 들은 적도 거의 없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제대로 된 사회적 인식이 없고 좁은 개념만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디자인’이란 단어 앞에 어떤 화려한 수사를 붙혀 놓아도 그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현실화시키기는 어렵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충분한 의식과 신념이 없는 상황에서 디자인은 그저 소비의 수단 혹은 자기 표현의 산물만을 잔뜩 양산할 따름입니다. 디자인 쓰레기가 창궐하는 세상에서 디자인 앞에 ‘그린’이란 단어를 붙어 놓는다고 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결국 윤리적인 쓰레기 하나를 더 추가할 뿐이죠.


디자인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인식에서 부터...
현대사회에서 디자인은 너무나 방대한 개념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디자인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시작은 ‘디자인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고민부터입니다. 디자인고용주와 디자이너들은 멋진 디자인, 자기 취양에 맞는 디자인, 새롭고 차별화된 디자인을 추구하면서 디자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나 사용자에 대한 배려는 항상 뒷전이었습니다. 좀더 많이 팔기 위한 목적과 수단으로서 디자인사용자(고객)를 고려할 했을 뿐입니다. 이렇듯 디자인의 책임과 역할은 방기한 채 현대사회에서의 디자인은 경쟁력과 돈으로 환산되어 왔습니다. 디자인의 본질이 왜곡되어 왔습니다. 이것은 사회를 탓하기 보다는 먼저 디자이너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디자이너들은 스스로를 창조자로 생각하기 보다는 항상 고용주와 클라이언트의 눈치를 보며 그들에게 휘둘려 왔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들 자신조차 디자인에 대한 명확한 신념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휘둘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그린디자인 전공의 윤호섭 선생님의 강의 주제가 ’영적오염 Spiritual Pollution'입니다. 온갖 환경문제와 사회문제에 시달리는 현대사회의 원인 중 디자인에 어떤 책임이 있는지 진단해 보고 대안을 찾아보는 보는 수업입니다. 저도 주제에 관심이 가서 자주 청강을 하고 있습니다. 광고, 간판, 장난감, 명품, 소음 등등 우리사회 곳곳에 난무하는 영적오염 사례를 발표할 때 마다 경악을 하게 됩니다. 사례발표가 끝난 뒤 간단한 의견교환을 통해 수업 참여자 모두 영적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그 책임을 통감하면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렇듯 디자인의 책임과 역할은 교육에서부터 충분히 고민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디자인의 책임과 역할’을 가장 빠르게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알고 있는 것’입니다. 디자이너는 여러 분야들을 통합하여 사용자와 최종 소통하는 창구이기 때문에 인문, 사회, 과학 등 다방면의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야 디자인의 방향과 판단을 정확하게 내릴 수 있습니다. 모르면 모를수록 실수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현대의 대량생산시스템에서 한번의 실수가 곧 수백만, 수천만번의 실수입니다. 디자인 이외의 분야에 관련한 책을 많이 읽고 많은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견문과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제대로 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시작입니다.


실천하는 그린디자인
그린디자인은 디자인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린디자인은 디자인 운동이나 트랜드, 혁명이 아닙니다. 현대 디자인의 문제의식에서 촉발된 하나의 흐름입니다. 의식 있는 현대디자이너들의 자성이자 앞으로 디자이너들이 가야할 방향입니다. 마인드가 갖추어 지지 않는 그린디자인은 어떤 식으로든 실천되기 어렵습니다. 우연히 운 좋게 혁신적인 환경제품을 만들었다고 온전히 그린디자인을 실천했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디자인에 절실히 필요합니다. 막연히 디자인을 하기 보다는 무엇을 위해 디자인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 시대가 직면한 환경과 사회문제를 충분히 통감하고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실천하면서 디자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을 한다면 그것이 디자이너로서 책임과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고 그린디자인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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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den 08/10/25 22:02 R X

맞아요. 풀잎으로 치부를 가리는 디자인을 그린디자인이라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경향이 있죠'_'
하지만 나쁜 것 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모든게 그렇게 시작되는 거잖아요. 이제 첫걸음 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진정한 그린디자인 차원에서 바라보는 현실이 너무나 뒤떨어져 있어 답답하지만, 발전 할 것 이라 믿어볼 필요도 있지않을까요. 국민의 가반이상이 한글을 이해하기까지 500년이 걸렸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말이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은 우리가 할 수있는 차원에서의 일들을 실행(실천)하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차원이기에, 판단은 잠시 미루고 무언가 먼저 실행하고 실수하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그린디자인이 정말 그러한 지를 실현과정에서 확인 할 수 있을 테고, 결과가 좋아 매력적인 무언가를 내어놓을 수 있다면, 현실에서도 더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여경갤러거 08/10/26 00:35 X
구구절절 옳아요 ^^a
yonheec 08/11/13 09:40 R X
그린 디자인, 의미 보다는 방법과 표현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는 부분에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그린은 꼭 자연 친화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정신적인 부분은 소홀히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이런 발상과 고민을 함께 공유하게 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 ㅎㅎ
여경갤러거 08/11/13 11:01 X
아~ 감사합니다. 제 의견에 공감해주시니 마치
클라이언트가 제 디자인을 보고 좋아할때처럼 뛸듯이 기쁘군요




근데 뉘신지....?
꿈걸 08/12/22 13:49 R X
여경갤러거님의 글들 빠짐없이 섭렵하고 있습니다. ㅎㅎ
정말 좋은 지적이신것 같아요. 너무나 공감하고 많이 배우고 갑니다^^
여경갤러거 08/12/22 13:54 X
아하~ 감사합니다. 부끄럽니다.
윗글은 홍대시디과 몇몇학생들의 부탁으로 쓴 글입니다.


좋은 취지의 '그린팩토리', 가끔 들어가 봅니다. ^^
소라 09/07/14 13:23 R X
좋은글 감사합니다.
전시기획 분야 종사자로써, 최근 제가 느끼는 의구심에 대해.
정확한 지적을 해주신 글입니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갖어 봅니다.
불연듯 이글을 읽고 있자니..
윤호섭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디자인은 공해다." 어쩌면 이말씀이 지금의 현실이며,
앞으로 우리의 디자이너들이 해결해야할 과제가 아닌가 고민해 봅니다.
여경 09/07/14 16:25 X
서서히 많은 분들이 현재 디자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행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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