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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와 인문학 강좌 _ 박홍규 칼럼
Life | 08/12/05 13:14
박홍규 선생은 제가 관심있게 멀치감치서 배우고 있는 분입니다.

거의 저희회사에만 칼럼을 쓰시는듯 한데... 잘모르겠습니다.

'오리엔탈리즘'이란 책을 번역하셨는데 '오리엔탈리즘'이란 단어가 서양이 동양을 칭하는

약간 야만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는 연구서적인데 상당한 깊이가 있습니다.

어려워서 저도 1/3쯤 읽다가 약간 포기한 상태로 덮어놓고 있지만,

이분 칼럼은 눈에 띄는데로 읽는 편입니다.

지난번에 회사에 오셨는데 하얀양복에 빨간 나비넥타이로 한껏 멋을 내셨더라구요. 풋 ^^d



핸드폰 없고, 자전거 타고, 생태적인 생활을 하시는 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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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칼럼]노숙자 인문학강좌




어제, 올해 마지막 노숙자 인문학강의를 했다. 괴상망측한 우익 역사교육 소동으로 시끄러운 탓만은 아니었지만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주제로 관련 영화와 예술작품들을 함께 보았다. 북한 배경의 007영화에 동남아의 집과 물소가 등장하는 것을 보고 아이들처럼 함께 웃은 것을 시작으로 서양의 동양침략을 정당화한 수많은 영화나 그림들을 노숙인들은 정확하게 보고 비판했다. 그 대부분은 그들이 생전 처음 보는 것임에도 그러했다. 아는 만큼 본다고? 아니다. 보는 만큼 안다. 아니다. 아는 게 중요하지 않다. 이해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여러 인간, 계급, 민족, 나라들이 서로 이해함이 중요하다.



올봄, 그 강의를 의뢰받자마자 즉시 수락한 것은 1970년대 노동야학 이후 그런 수업이 가장 즐거웠기 때문이다. 물론 돈 없이 말이다. 최근 수강료가 1000만원이 넘는 CEO 교양강좌 같은 것이 유행하고, 소위 우익만이 아니라 좌익이란 사람들까지도 엄청난 강사료를 받으며 그곳에서 CEO들을 가르친다고 화제지만, 교양이란 게 유한 지배계급의 특권적 사치로 타락한 게 어디 어제오늘 일인가. 게다가 교양 있는 좌우익이 함께 노닌 것도 어제오늘인가. 그래서 노숙인들은 ‘무식하기’ 이전에 ‘흉측한’ 사람들이고, 그런 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는 철학할 기본적 능력이 없으니 그런 강의는 무익하며 기껏 허황된 자기만족을 부추길 뿐이라고 냉소한 진보적 철학자도 있었다. 특히 최소한의 논리적 능력이 있어야 인문적 사유가 가능하고 그 능력이란 여유에서 나오는 것인데, 삶의 여유가 전혀 없는 그들에게 논리나 사유는 아예 있을 수 없고, 그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은 비인간적인 고문이라고도 했다.



서로 이해하는 마음이 교양

나는 물론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았지만 교재 선택은 고민이었다. 지난해 서울에서 비슷한 강의를 주최한 사람들에게 의뢰받은 강의가 몽테뉴여서 비슷한 고전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마땅치 않았다. 그런 강좌의 원조라는 미국인은 교도소에서 플라톤을 강의한다지만 나에게 플라톤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철학자 왕의 독재를 주장한 자에 불과했다. 그 미국인도 CEO 교양강좌를 하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우리 노숙인들에게 플라톤은 물론 어떤 서양인에 대해서도 강의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겨우 한 시간 강의를 위해 한 달 이상을 고민하기는 생전 처음이었지만 그래도 답이 나오지 않은 것도 처음이었다. 최소한 그들에게 도덕 설교만큼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반성, 회개, 근면, 공부, 직장, 가족, 부모 따위는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첫 시간에는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을 만나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간이면 누구나 자신과 세상을 알고 아름다움을 느끼니, 문학자, 철학자, 역사가, 예술가라는 사람들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문학, 철학, 역사, 예술을 할 수 있고, 우리 스스로 그것을 해야 그것이 비로소 가치 있는 우리의 인문학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마지막 30분 질의응답 시간은 30년 대학수업 전부보다 훨씬 열띤 분위기였다. 이렇게 각자 생각을 말하고 그 사이에 남의 생각을 자기 생각과 비교하면서 혹시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 있으면 고쳐 하나의 결론에 이르거나, 또는 그렇지 못해도 남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임에 모두 동의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인문학자다-우리 모두 철학자고, 문학자고, 역사학자고, 예술가로서, 책을 통해 말하는 것은 참된 인문학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고 느끼며 토론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인문학이라는 끝말에 나 스스로 흥분하면서 강의를 마쳤다.

복도를 걸어 나오면서, 마침 시험을 마친 학생들이, 문제를 잘못 찍었다는 둥, 교수가 외우라고 줄쳐 준 것을 잊었다는 둥, 스펠링을 잘못 썼다는 둥 쌍욕을 하는 모습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조금 전 만났던 노숙인들과는 전혀 다른 우리의 대학생들. 그 암기시험과 욕설.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오로지 암기만으로 시험을 치르고서는 곧 망각하게 하는 우리의 교육. 그리고 그 기계적인 허무함에서 나오게 마련인 욕지거리. 이런 것을 위해 최소한의 여유와 논리능력이 필요하다고? 아이들을 저렇게 기계화시키고 그 결과로 오로지 욕설밖에 못하게 만들어 놓고는 그것을 대학이니 교육이니 교양이니 학문이라고?



암기를 학문이라 가르치는 대학

그런 교육을 시키는 자들은 그런 기계적인 짓을 그렇게 멋지게 교육이니 교양이라 치장하고 부와 명예와 권력까지 쥐고 살면서 자신처럼 돼라고 치열한 경쟁을 요구한다. 게다가 이제는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며 남을 이해하는 인문적 사고와 전혀 무관하게 철저히 남을 지배하는 보수골통 CEO로 살아온 자들이 언론과 방송을 위시한 문화, 그리고 역사교육까지 쿠데타처럼 점령하고 있다. 그들이 정치나 경제를 지배하는 이상으로 문화와 교육을 지배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일이다. 문화와 교육, 인문과 교양, 학문과 예술은 그런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없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홍규 영남대교수·법학>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12031822545&code=99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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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nmyun 08/12/07 23:59 R X
네- 저도 신문에서 봤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읽게 될듯..
여경갤러거 08/12/08 11:29 X
맞아, 누가 얘기하면 은근 좀더 신경이 쓰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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