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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과 그린디자인
Green_design | 08/12/19 15:08
그린디자인의 근원, 모더니즘과의 관계



사람들이 ‘그린디자인이 뭐냐?’란 질문을 많이 합니다. 또 그린디자인에 대한 오해들도 많습니다. 사실 저도 그린디자인에 대한 정확한 정의나 위대한 개념은 모릅니다. 그저 그 근원을 거슬로 올라가 왜 '그린디자인'이란 용어가 나왔을까 추측해 볼 따름입니다.


그린디자인의 근원은 넓은 의미에서 윌리엄 모리스, 퓨진 등의 미학적 도덕 원칙과 스티븐 베일리의 ‘현명한 디자인‘, 모더니즘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그래서 그린디자인을 모더니즘속의 기본 개념과 동일시하거나 혹은 모더니즘속의 한 항목으로 말씀하시는 분들을 종종 봅니다. 그린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더러 그런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 ’모더니즘을 큰 틀의 시각에서 본다면 그린디자인도 모더니즘에 포함된다.‘ 이렇게 말하면 저도 할 말은 없습니다. 아직 저는 모더니즘에 대해 시야도 좁고 그린디자인의 큰 틀의 개념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린디자인은 좁은 의미에서 1970년대의 대체디자인, 윤리주의디자인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는데 대체디자인 산업혁명에 의한 유미주의적이고 낭만주의적인 저항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윤리주의디자인은 1970년대부터 급속히 파급된 인류의 사회적/자연적환경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현재 저는 빅터파파넥의 윤리주의 디자인적 관점에서 그린디자인을 봅니다. ‘사회를 위한 디자인’에서 그린디자인의 관점을 좀더 분명히 제시하는데 저자인 나이젤 휘틀리도 빅터파파넥의 의견을 잇는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 그린디자인의 선구자격인 윤호섭 선생님, 제가 유일하게 아는 디자인이론가인 정시화 선생님도 그린디자인을 말씀하실 때 빅터파파넥을 제일 많이 언급하십니다. 정시화 선생님께서 빅터파파넥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추모글을 잡지에 기고하셨는데 그 글에 빅터파파넥에 대한 엄청난 존경이 담겨 있습니다. 20세기 전반기 디자인사상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을 그로피우스라고 말씀하시며 20세기 후반기 디자인사상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을 빅터파파넥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더러 몇번 본적도 있더군요. 빅터파파넥의 인상에 대해 여쭤보았더니 고집쟁이 노인네 취급하며 빅터파파넥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으신 듯 보였습니다.


간단히 디자인 역사를 살펴보면 19세기, 윌리엄 모리스는 지나치게 화려하고 낭비적인 제국주의 디자인의 거부하면서 기능적이고 합리적인 디자인을 이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는 아칸소잎을 모티브로 건축과 가구 등에 적용했습니다. 이걸 장식주의미술(디자인)이라고 부르더군요. 이랬던 것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루며 자원이 희박해지고 좀더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또 이런저런 사회적인 의식변화로 디자인은 급격한 형태의 변화를 맞습니다. 건축가인 프랭크로이드라이트는 직선을 긋기 시작하고 제품디자인의 선구자격인 페터베렌스의 대표적인 제자인 발터그로피우스가 바우하우스를 세우면서 디자인은 모더니즘이 사상을 받아 들였습니다. 모더니즘은 기능과 형태의 균형을 주장하면서 디자인의 최고 사상으로 자리잡습니다. 그 후 제국적이고 약간은 공산주의적인(집단적, 공동체적) 모더니즘 디자인을 비판하기 위해 여러 디자인사조가 나옵니다. 항상 주류는 비판을 받기 마련입니다. 모더니즘의 비판적 사조들로 인해 모더니즘 디자인도 조금씩 진화를 하게 되는데 때론 여러가지 얼굴과 사조의 변화를 추구하며 자신의 형상성을 합리화하게 됩니다. 한 자동차 그룹이 여러 브랜드를 출시하는 것과 비슷하죠. 그러면서 사실 모더니즘의 본질도 조금씩 왜곡되어 왔습니다. 아마 그로피우스가 지금 모더니즘이라고 하는 제품을 본다면 깜짝 놀랄 것입니다. 좋아할지, 실망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양한 디자인 형상성에는 좋아할 것입니다. 하지만 소비주의의 산물로 변질된 모더니즘 디자인에는 아마 무척 실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더니즘을 현재 주류입니다. 고대그리스에서 소피스트가 주류였다면 소크라테스는 이 주류에 대한 새로운 비판세력이겠지요. 저는 이 새로운 비판세력을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맞나요? 너무 자의적인가요?)
항상 그 시대에는 주류가 있었고, 이 주류를 비판하여 새로운 방향을 이끄는 포스트세력이 있었습니다. 중세사상 주류는 기독교, 포스트는 이성주의/합리주의 등 이었겠지요. 근대사상의 주류는 형이상학(이성), 포스트는 마르크스의 형이하학(현실)이었겠지요. 근대경제 주류는 자본주의, 포스트는 공산주의였겠지요. 현대의 주류는 신자유주의, 최근 포스트로 사회자본주의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제 의견이 좀 논리가 서는 것 같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그린디자인의 시작은 이런 소비주의디자인의 전위부대격인 현대 모더니즘의 독주를 비판하는 포스트세력으로서 여러 비판적인 디자인사조들 중의 하나에서 출발했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다른 디자인사조들이 형상성 혹은 조형성 측면에서 강하게 접근한 면이 있다면 그린디자인은 어떤 특정한 조형성을 지니지 않고 좀더 본질적인 측면을 건들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물론 다른 디자인 사조들도 다양한 사상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그린디자인은 당장 의식주에서 영적인 면, 인간관계의 문제, 자연환경문제까지 전체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으며, 디자인 자체의 본질, 즉 존재의 의미까지 포괄하고 있습니다. 이제 서서히 조형적인 형상까지 드러내겠지요. (사실 전 형상성은 드러나지 않길 바라고 있습니다.)
모더니즘은 바우하우스의 설립자인 그로피우스의 주장처럼 본질로의 회기, 기본 형태의 명료함과 아름다움의 창출을 기본으로 삼았습니다. 그렇기에 그린디자인도 모더니즘디자인과 비록 형태와 디자인방향(합리적, 단순함, 줄임)에서 일부 부합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모더니즘은 여러 조류의 디자인의 근거가 되고 여전히 디자인적 최고의 가치입니다. 어떤 분은 그린디자인은 '모더니즘의 순수성 회복이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하더군요. 그린디자인 자체를 스타일과 형태, 효율 등에 국한지어서 모더니즘화 시키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린디자인은 모더니즘을 비판하는 측면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분명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더니즘은 기계적이고 산업적인(기계미학) 반면 그린디자인은 인간적이고 생태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그리고 모더니즘은 지역과 세대의 특수한 문화를 고려하기 보다는 일관적인 형태를 추구하지만 그린디자인은 문화를 고려한 다양한 형태를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그린디자인은 장소와 시기에 따라 그 디자인의 옳고 그름이 달라집니다. 또한 모더니즘은 재료의 표면(재료의 진실성)에 집중한다면 그린디자인은 재료의 선택과 효율에 집중합니다. 이렇듯 모더니즘과 그린디자인은 그 의미에 있어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들뢰즈가 니체를 재조명해서 니체의 사상을 세상에 널리 알린 것처럼 그린디자인도 후세에 누군가 나타내 제법 멋지게 해석하고 방향을 제시함으로서 현재 디자인의 틀을 깨는, 나아가 사회적 문제의 대안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그린디자인’ 단어 자체가 사실 제가 위에 언급한 디자인과 디자인세상의 명칭으로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린디자인’이란 탈을 쓰고 새로운 세상과 디자인을 꿈꾸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 회사 편집국장은 이것을 ‘혁명’이라 말씀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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