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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 자서전 '돌베개'
Book | 09/09/07 13:21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나는 지금 어딜 향해 가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고 확신할 수 없는 질문이다.
이렇게 몽롱한 상태로 비틀거리고 있던 어느 날, 장준하의 자서전, 돌베게를 집어 들었다. 한창 바쁠 때 몸과 정신이 지쳐 버스에서 걸어가며 침대머리맡에서 쉼 없이 읽어 내려갔다. 최근 활자와 괴리되어 있었던 나에게는 기적과 같은 현상이다.
표면적으로만 알아왔던 장준하 선생. 야곱의 돌베개와 함께 일평생을 보낸 선생은 무엇을 위해 그토록 험난한 고난의 행군을 했을까?


신념이 이끄는 삶.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은 욕구는 안락한 현대를 사는 나의 가슴속에도 늘 간직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것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부여된 신념이 있어야 한다. 그 신념이 있다면 어떤 고난과 역경도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 또 그것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념이 옳았다는 것이 계속 증명되어야 한다. 신념이 옳다는 것은 바로 스스로가 추구하는 가치관에 있어 대의가 있어야 한다.
장준하의 신념은 무엇이었을까?
장준하는 잃어버린 국가에 대한 한탄과 국가를 위해 자신의 한 목숨을 기여하겠다는 대의가 있었다. 그렇다면 장준하가 잃어버린 국가란 과연 어떤 국가인가? 조선? 아니다.
20세기 초반 전 세계적으로 사회체계에 대한 엄청난 각성이 있었다. 이때 민족이라는 개념이 대두되었고, 그것은 많은 지식인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다. 장준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 민족이란 개념속에서 찾았고, 또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을 한 것이다.
학도병으로 지원하고 만주에서 탈출하여 중국 충칭에 있는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6천리의 대여정은 조국을 위해 한목숨 바치겠다는, 스스로에게 부여된 신념에 대한 실천이었다. 약 1년여의 대장정에서 그는 엄청난 고행을 겪으면서 국가(민족)와 자신의 존재에 대해 확인을 하였고, 그의 신념과 대의는 모든 시련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어쩌면 목표와 희망이 분명했고 행군을 통해 자신의 신념에 점차 가까워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선생은 짜릿한 행복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중간중간에 자신들의 목표와 희망이 희석되고 좌절되는 암초들이 꽤나 있었지만 이는 자신의 신념과 대의를 추구함에 있어 극복해야할 대상일 뿐이었다.
임시정부에 도착한 장준하 선생은 김구를 만나고 감격의 순간을 맞지만 단 하루만에 현실의 참담함에 희망을 상실하고 만다. 그리고 또 다른 희망을 쫓으려 스스로를 독려하곤 한다. 실망은 임시정부까지의 행군 중에서도 종종 겪었지만 목표에 도달한 후에 오는 희망의 상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사실 이상과 현실은 그런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대의를 내세우고 신념을 쫓지만 결국 그것이 가까워지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고 또 다른 시련의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장준하의 돌베게는 단순히 만주에서 충칭까지의 고난만이 아닌 인생을 살면서 계속 겪게 되는 희망과 절망의 반복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실제다. 하지만 내용과 그 전개는 마치 소설이나 드라마 보다 훨씬 다이내믹하다. 한사람이 신념을 쫓는 실제 과정과 현실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신념 - 고난 - 절망 - 그리고 새로운 신념의 인생 구조를 보여준다. 즉, 모든 신념은 절망을 통해 진보한다.
비록 한 사람의 눈과 의지, 생각이지만 해방당시의 실상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다. 당시의 현실을 직시 할 수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우리 자신과 나아가 국가의 존재를 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추천할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내용은 만주에서 충칭의 임시정부까지 6천리 고행길에서 오는 에피소드와 그것을 헤쳐나가는 한 인간의 갈등이다. 그것은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락한 삶을 살고 있는 나로서 스스로의 나약함과 신념의 정체에 채찍이 되었다. 이 책 이후 장준하의 삶이 어떻다 치더라도 그가 대의와 신념을 유지하기 위해 버리고 또 버리는 행위를 통한 연속된 삶의 행위들은 모든 것을 가지려고 하는 현대인의 삶, 즉 나의 삶에 각성을 요구한다.
나는 나의 신념을 위해 무엇을 버리고 있는가?
아니 나아가 나의 신념은 무엇이며 그것은 과연 옳은가?
이 질문을 책을 읽는 내내 스스로에게 던졌다. 결국 책을 덮을 때까지 갑갑한 마음을 해소하기는 힘들었다. 책의 종결도 왠지 미적하여 나에게 어떤 결론도 주지 못했다.


보통 책을 잡고 1주일을 훌쩍 넘기는 최근의 난독증을 비웃듯 책장이 언제 넘어갔는지 모르게 본문의 끝을 맞았다. 본문 마지막 마침표 아래에 있는 넓은 흰 여백은 마치 장준하 선생의 나머지 인생을 말하는 듯 보였다. 책의 미적한 결론은 이미 장준하 선생의 나머지 여생의 역사가 이를 말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나에게 없는 결론도 앞으로의 나의 삶의 역사의 여백의 끝에 있으리라...
결론에 집착하지 않고 과정에 충실한 삶, 이것이 지금 내가 나아가야 할 삶의 결론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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