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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Design | 10/03/23 14:39
사람이 좋아야 예술이 좋다


아름다움이란 '앎'이란 어근이 나타내듯 '잘 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름다움을 숙지성의 개념으로 이해하지요. 잘 아는 것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때문에 아름다움의 반대는 추한 것이 아니라 모름다움입니다. 음악도 잘 아는 것이 아름답잖아요. 아프리카 원주민에게 베토벤 5번 교향곡을 들려주면 다 달아난다고 하거든요. 저는 그림도 어휘자체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봐요. 그림이란 그리워하는 것이거든요. 그리워하지 않는 것을 그린다는 자체가 정직하지 않아요. 제가 그린 그림 중에, 초등학교 때 그림을 그리라고 했더니 자기 어머니를 그린 친구의 이야기가 있어요. 나중에 보니 그 친구에게 어머니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 어린 나이에 "이 친구가 자기에게 가장 그리운 것을 그렸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름다움의 문제를 피카소의 미형식이라든가 어떤 천재가 도달한 형식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어떤 건축적 의지에 갇히는 것이에요. 자기가 잘 알고 우리 시대가 그리워하는 것을 정직하게 표현하면 그게 아름다움이지요.
그런 점에서 저는 오늘날의 미학이 아름다움의 철학에서 굉장히 괴리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들이 수용하는 미적 정서라는 것은, 비록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한마디로 상품미학이거든요. 상품미학은 고도의 형식미이고, 상품은 어찌됐든 잘 팔리면 좋은 상품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광고가 제시하는 수준 높은 약속에 속아 그 물건을 써보면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지요. 그러면 거기서 이탈하려고 하지만 상품회사는 이내 디자인을 바꿉니다. 그래서 한 번 더 속는 지점이 발생해요. 그 약속이 허구로 드러나는 지점, 바로 그 지점이 패션이 발생하는 지점이지요. 그래서 상품미학은 변화 자체가 아름다움이 되어버렸어요. 친숙하고 잘 아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아름다움이 되는 거대한 역적이 일허난 것입니다.
이러한 상품미학은 아름다움의 정서를 크게 왜곡합니다. 그러나 상품미학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도 지적해야 합니다. 문화적인 자기 결정력이 없는 종속 사회의 미학은 바깥에서 옵니다. 왜냐하면 주변부 문화의 특징이 중심부 문화를 이식하는 것이거든요. 종속 사회에는 옛날부터 배를 타고 오는 잘 모르는 외부 것에 대한 추앙이 있는 반면 자기 것에 대한 혐오와 패배의식이 있습니다. 이런 상품미학과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인 콤플렉스가 겹쳐져서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이해가 대단히 희박해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신영복 선생님 인터뷰, 인물과 사상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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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10/03/29 03:08 R X
너무 좋아서
몇 번 다시 읽었어요.
신기해요.
통~으로 보시는
통찰력:)
여경갤러거 10/03/29 03:24 X
신영복 선생님이 디자인을 하지 않은 것은
한국의 큰 슬픔입니다.
디자인 하셨다면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방문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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