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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polio | 10/04/07 18:23


디자인을 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이름









“선배, 그래픽에 제 이름은 빼주세요” “어렵게 작업한 건데 왜 빼? 그냥 넣어”
최근에는 별로 이런 대화가 없지만 예전에는 이런 시덥지 않은 논란을 한 적이 종종 있었다. 디자이너의 작업을 존중해 주려는 선배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난 디자인에 디자이너의 이름이 들어간다는 것을 늘 곱게 생각하지 않았다. 더욱이 정보그래픽에서 디자이너의 이름은 독자에게 전혀 필요 없는 정보라고 생각하고 있다. 디자이너가 취재한 내용이 아니므로 기록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없다.
‘이름’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평생 나를 상징하는 기호이다. 누군가 내 이름을 알아준다는 것은 무척 영광스런 일이다. 이름은 자존심이기도 하고 인격이 되기도 한다. 또 그 사람의 실력이기도 하고, 주변을 둘러싼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상징하기도 한다. 명예이다. 명예를 가진 사람은 그 이름의 가치가 높고 응당 그 사람이 한 작품의 가치도 높다. 하지만 이름이 높다고 디자인의 가치가 높은 것은 아니다.


나는 ‘디자인을 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 중 가장 아까운 것이 내 이름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디자인이 너무 잘 나왔을 때는 정말 그 욕심을 버리기 어렵다. 하지만 디자인의 잘 된 유무를 가지고 내 이름을 넣고 빼는 것은 양심에 가책을 느껴 이름을 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 이유가 있다.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 바로 ‘이름’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의 이름을 걸고 디자인을 했다고 하자. 잘 되었다. 그래서 유명해졌다. 그 다음은? 이름만 가지고 디자인을 엉망으로 끄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 디자이너는 자신의 명예에 디자인을 의존하게 되고 자신의 실력보다는 남 탓을 하게 된다. 나 같은 무명디자이너도 그런데 유명디자이너들은 오죽 할까.
디자인을 하는 것은 일종의 자신과의 싸움이다. 예전에 윤호섭 선생님의 강연에서 어떤 분이 질문을 했다. “선생님은 디자인을 위해 손 글씨를 쓸 때 몇 자 정도 쓰시나요?” 곁에서 몇 번 봤지만 선 하나를 뽑기 위해 수없이 쓰는 것도 봤고, 한번에 끝내는 경우도 봤기 때문에 그 대답이 더욱 궁금했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하는 마음으로 씁니다”
나는 디자인을 하면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름을 넣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물론 ‘이름’은 일종의 책임감으로서 어떤 측면에서는 필요하기도 하다. 만약 디자인에 이름을 넣어야 한다면 반드시 그와 비슷한 일을 할 때는 그 이상을 디자인 해야 한다. 하지만 늘 최선을 다하는 디자인에서 그것이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나는 차라리 아깝더라도 ‘이름’을 과감히 버리고 ‘디자인’ 그 자체에 몰입하는 것이 디자인을 할 때 훨씬 맘이 편해 여전히 이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





<디자인 정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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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 10/06/08 23:39 R X
아.. 그 분이시군요.. 저 이 기사 읽을때 궁금했었는데..., ㅎㅎ
여경갤러거 10/06/08 23:48 R X
아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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