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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비움
Design | 10/05/09 14:21
디자인과 비움 그리고 횡설수설







디자이너로서 동양사상을 읽는 것을 중요하다. 동양사상은 서양사상과 다르다. 서양사상은 분명한 논리를 지님으로서 사상가의 관점을 관철시키기는 목적으로 기술되는 반면 동양사상은 지나치게 관념적이어서 그 글이 의도하는 바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된다. 그 해석이 시대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분분하다. 또 읽는 자의 경험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이것이 동양사상을 읽는 매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동양사상을 읽으며 훨씬 더 내 삶에 대해 자유롭게 직접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공부가 깊지 않은 나는 동양사상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할 때 횡설수설하게 된다. 하지만 이 횡설수설이 다른 반론들을 끌어내고 얘기할 여지를 남김으로서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정리하게 해주지 않을까하여 횡설수설하는 나의 생각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하라켄야, 후카사와 나오토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 디자인의 화두는 '비움'으로 귀결되곤 한다. 이는 야나기 무네요시와 다니자키 준이치로 등과 같은 20세기 초의 위대한 일본 지식인들의 서양문물의 도입으로 인해 정체성 상실에 처한 일본의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들을 기반으로 한다. 그들은 일본의 성향과 아름다움을 '그늘'이나 '수수함' 등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불교와 동양사상을 기초로 하여 논리화 시킨다. 그렇게 함으로서 동양의 디자인의 차별성과 독창성을 찾는 노력을 하였다. 동양사상에서 '空'은 절대적인 진리에 가깝다. 일본의 현대 디자인의 '비움'의 논란은 이런 일본의 정체성 찾기에 기반한 흐름속에서 이어지는 것이다.


현대디자인에서 동양사상의 대를 이어 '비움'의 정신으로 작금의 디자인을 조망하는 것은 상당히 독특하고 매력적인 접근이다.
하지만 이 '비움'이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이 말을 사전적인 접근으로 단순하게 '여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는 디자인 방법론으로서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한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사전적 의미로만 본다면 모더니즘의 합리성과 그다지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합리성을 벗어난 '비움'에 대한 좀더 동양적이고 은유적 접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노자에 관련된 글을 읽다가 왕필의 노자주에서 비슷한 글귀 하나를 발견했다.
"사물에 맞취서 채우되 아끼거나 자랑하지 않음으로서 비어있는 듯하다" (왕필의 노자주)


이 글귀의 전후 맥락에서 보면, '비움'이란 '무無'의 개념으로 무無(비움)가 곧 유有(쓰임)가 된다는 뜻이다. 노자는 '무無'와 '유有'는 결국 같은 개념으로서 그 이름(名)만 다른 뿐이라고 말한다.
디자인으로 비유하면,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대상을 자연스럽게 비움으로서 잘 쓰일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 대상에 따른 목적과 상황에 자연스럽게 맞도록 디자인 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디자인 되는 대상을 지나치게 꾸미는 것은 디자인이 자연스럽지 못한 디자인이며 디자인을 비우지 못한 것이란 뜻으로 여겨진다.
좀더 풀어보면, 디자인에서 비움이란 대상과 디자인의 완전한 일치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 일치는 완전한 자연스러움의 상태이다. 디자인을 더 함으로서 사치스러워 쓰임에 불편하지 않도록 하고, 디자인을 덜 함으로서 소통을 제대로 못하게 하여 쓰임에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것, 디자인이 더 되거나 덜 되지도 않은 상태. 이것이 바로 '디자인의 비움'이 아닐까 한다.


여기서 나는 노자의 절대적 가치보다는 장자의 상대적 가치에 더욱 끌리게 된다.(노자와 장자의 차이는 네이버나 이 블로그의 전 글을 참조하시길) 물론 자연스러움의 절대적 가치는 당연하다. 윤리적 문제와 쓰임의 문제에 있어서는 디자인과 대상의 완전한 일치는 절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일치는 '완전한 자연스러움'이라는 표현에 의해서 상당한 상대적인 개념을 내포한다고 볼 수도 있게 된다. 즉, 자연이라는 주체가 정의되기 어렵고 예측불가능한 변화의 속성을 가지고 있기에 완전한 자연스럼이란 절대적과 상대적 가치의 양면성을 모두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면, 우리는 일본의 '무지' 브랜드나 '수퍼노멀' 등의 디자인의 접근을 보면서 '비움'의 표현적 접근이 '고요함'을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디자인의 완전한 일치로서의 비움'은 디자인의 목적과 대상의 본질에 따라 즐거움이 되기도 하고 슬픔이 될수도, 또 고요함이 될수도 있다. 디자인의 쓰임이 '디자인의 완전한 일치로서의 비움'의 형식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에서 최고의 경지인 완전하 일치는 불가능하여 늘 어긋나기 마련이다. 이렇기에 디자인은 항상 부족하고 끊임없는 이를 보완하는 행위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것이 우리 삶과 결부된 디자인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그렇기에 디자인은 항상 재밌고 즐겁게 다가온다. 더불어 세상이 재밌고 즐거워진다. 누구나 디자인을 할 수 있고, 누구나 디자인을 가슴속에 담을 수 있다.
이 불일치와 불완전함이 우리 삶을 풍성하게 이끄는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디자인은 그 불완전함으로서 매력을 가진다. 그래서 내가 장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이 이런 점이다. 디자인의 완전한 일치를 강조하는 노자보다 상황에 따라 배려하는 장자의 관점이 나를 더욱 안심시키고 편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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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10 01:33 R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여경갤러거 10/05/10 10:41 R X
전 잘 안다녀서 전혀 몰라요.
와 이런... 좋은 추천 좋아요.
자동차가 생기면 반드시 가보겠습니다. 호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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