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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디자인을 하는가?
Design | 10/09/05 14:39
교훈(敎訓)과 타력(他力)



교훈은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오래전 친구를 만나듯 뒤통수를 딱 치며 나타날 수도 있고 사랑에 빠지듯 서서로 마음속에 자리잡기도 합니다. 수많은 교훈들이 도처에 널려 있고, 우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살아가는 정답을 알고 있지만 그 답을 따라 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지 아닐까요? 이 세상에 어떤 존재도 같은 경험을 하며 살아가지 않다는 명제는 자명한 진리입니다. 이런 진리의 문장에서부터 데카르트의 연역법을 들이대면 어떤 현상과 상황에 대해 사람들의 태도는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살아온 경험이 구체적으로 다르고, 생각의 경험이 구체적으로 다르기에 삶을 대하는 태도 또한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혹은 우리가 어떤 현상과 사실에 대해 서로 공감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감한다고 해서 자신의 삶에 들이대면 그 사실은 오해에 오해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마음속에 왜곡된 사실로 자리 잡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진리인양 품에 않고 행동하고 살아갑니다. 비롯 왜곡된 사실이지만 사실 진리는 맞습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든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렇게 받아들이면 진리가 되는 겁니다. 만약 그것이 엄청나게 사실을 왜곡했다면 나중에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면 됩니다. 어쨌든 진리는 늘 변하는 것이니까요.
이런 알쏭달쏭한 이야기들을 제가 왜 얘기하고 있을까요? ‘다르다’와 ‘공감한다’는 결국 같은 의미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다르다’라는 잣대로 모든 것을 들이대면 많은 어려움이 명쾌해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다르다’라는 단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모든 것을 ‘공감한다’로 표현하고 싶어합니다. 그렇기에 많은 문제들이 알쏭달쏭해 지고 복잡해집니다.
교훈은 ‘다르다’라는 것을 인식할 때 나타납니다. 공감하는 사실이나 알고 있던 사실은 아무리 좋아도 나에게 교훈이 되지 못합니다. 나와 다르다라고 느끼는 순간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나에게 교훈이 됩니다. 자신이 그것을 인식하든 못하든 내 삶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괴로운 일을 당하거나 즐거운 일을 만끽하거나 감동적인 순간에도 우리는 수많은 교훈을 얻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겠다는 결심을 수만번씩 하게 됩니다. 이런 것들의 축적되어 우리의 삶이 형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교훈이란 늘 우리 옆에 있습니다. 그래서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면 앞만보고 있으니까요. 내가 옳다는 생각만을 가지고 모든 것을 접근하니까요. 그렇기에 우리 삶의 시야는 상당히 좁은 편입니다. 주변에 모든 사람과 사물들을 보면서 ‘나와 다르다’라고 인식하는 순간, 모든 것들이 다르게 보이고 그곳에 교훈이 쌓여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교훈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에 주변에 혹은 내 안에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다른 사람을 내 거울로 보면서 내 자신을 다시 인식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을 나의 거울로 비추지 말고 다른 사람의 거울에 내 자신을 비추면 우리는 훨씬 더 많은 교훈을 득템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을 통해 나를 보는 것 이것을 ‘타력’이라고 합니다. 이런 과정은 디자인에서 상당히 중요한 교훈을 우리게 줍니다.



저는 디자이너로서 살면서 다른 디자이너들과 내가 왜 디자인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나눌 기회를 갖게 됩니다. 최근에 부쩍 그런 대화들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내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그런 대화로 연결된 것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저는 왜 디자인을 하고 있을까요? 이 문장이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이고 ‘교훈’과 ‘타력’ 이 두 단어가 제가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디자인을 하고나면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 무엇입니까? 저는 디자인을 받는 사람의 표정입니다.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제 디자인의 잘된 정도를 판단하게 됩니다. 제 취향보다는 다른 사람의 취향에 맞추려는 편입니다. 우선 그것이 목적입니다. 사용자의 취향 나아가 이 사회의 취향까지 맞춘다면 더할나위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제 디자인을 사용자가 보고 이 사회가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저는 제가 얼마나 디자인을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잘 되었을때는 말할 것도 없이 기쁩니다. 페이가 얼마고 그 일의 수준정도를 떠나 그냥 상대방이 좋아하면 나도 덩달아 좋아집니다. 이것이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맛이지요.
잘 못되었을때는 대번 상대방의 얼굴에 들어납니다. 그리고 지적질을 해 대죠. 조심스럽게 또는 거칠게 지적질이 들어올때면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때론 반감도 사지만 묵묵히 그 사람의 지적질을 거의 대부분 받아들이려 노력합니다. 저처럼 다른 사람이나 현상을 비판하기 좋아하고 수다떨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디자인 결과에 대해 묵묵히 듣고만 있는 이유, 나를 주장하기 보다 지적질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이유는 세가지입니다.
첫째는 두 번 일하기 싫어입니다. 내 나름대로 해석해서 그 지적질을 수정할 경우 또 지적질을 받을 우려가 있기에 최대한 상대방의 지적을 수용합니다. 둘째는 관계를 위해서입니다. 서로의 의견이 부딪치다 보면 결국 타협하게 됩니다. 그것은 디자인의 후퇴를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의견이 부딪치면서 디자인이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제 경우 의견을 부딪치기 보다는 의견을 합치는 것이 디자인 결과와 관계를 모두 좋게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의 의견과 내 의견이 완전히 갈릴 경우에는 어쩔수 없습니다. 일을 포기하거나 상대를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듣는 편이란 이런 극단적인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셋째는 시간 때문입니다. 제 말을 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입니다. 상대방에게 제 주장을 하다가 허비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하는 일이 매일 마감을 해야하는 신문일이다 보니 항상 시간에 쫓깁니다. 그래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저에게 상당히 중요합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상대방의 말을 제 언어로 정리해 다시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제가 다시 정리해서 상대에게 들려주면서 제 아이디어를 더하기도 하고 상대방이 자신이 말한 것을 다시 확인하면서 아이디어가 새로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이 시간을 절약하고 둘다 만족하는 최선을 만들어 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상대방에 의해 디자인을 하게 됩니다. 상대에게 최대한 많은 말을 끌어내서 의도를 파악합니다. 그래야 일이 수월하게 진행됩니다. 컴퓨터 앞에서 종이와 펜을 들고 혼자 끙끙대기 보다는 상대와 농담이라도 주고 받으며 머리를 맞대면 훨씬 일이 수월한 경우가 많습니다. 부담도 덜고 시간도 줄이고 서로 관계도 좋아지고 일석삼조입니다.
이런 상황을 저는 ‘타력’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타력은 다른 사람에 의해 제가 움직이게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조금 다른 의미로 타력을 얘기하는데 그건 크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해하고 실천하는 ‘타력’이 더 중요하니까요. 이런 타력을 통해 저는 엄청난 교훈을 얻을 때가 많습니다. 모름을 들어냄으로서 상대가 저에게 훨씬 쉽게 상세하게 설명을 합니다. 그때 상대는 온갖 교훈을 그 안에 새겨 넣길 좋아합니다. 그것을 논리라고 말하기도 하죠.
타력은 불교용어로서는 복잡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사전적 의미로 단순하게 하면 ‘남의 힘’입니다. 교훈의 사전적 의미는 ‘앞으로의 행동이나 생활에 지침이 될 만한 것을 가르침’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교훈은 어떤 위대한 사상가의 말이나 영웅들의 호기가 아닙니다. 그들을 따라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져 피곤해집니다. 그냥 저는 옆에 있는 사람들을 그런 사상가니 영웅이니 생각합니다. 상대랑 얘기하면서 그 사람의 개인적 삶과 경험들이 어떨까 생각해보면 상대가 사상가로 보일때도 있습니다. 또 영웅으로도. 사실 모든 사람들은 사상가이자 영웅이기도 합니다. 각자의 삶속에서 각자는 자신의 삶에 주인공이니까요.
그런 상황을 최대한 인정하는 것이 바로 ‘타력’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말을 잘 듣는 것이 바로 ‘교훈’입니다. 타력+교훈을 합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되는 거죠.
저는 이 두 단어에 의지해 수월하게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왜 디자인을 하고 있는지 상당히 분명해집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상대를 즐겁게 해주는 그 과정을 즐깁니다. 디자인은 저에게 일이라기 보다는 생활 그 자체이기에 크게 힘들다거나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참 편리하죠. 저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왜 디자인을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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