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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교육을 아름다움 교육으로 <1>
Design | 10/12/15 18:26
학창 시절 미술시간을 떠올려본다.
선생님이 들어오신다. 선생님 손에는 과일 몇 개가 들려있다. 책상에 올려놓는다. 학생들은 모두 그 과일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스케치북을 펼치고 그 과일을 그리기 시작한다. 4B연필로 주로 그리지만 크레파스와 수채물감이 동원되기도 한다. 때로는 유화물감으로 그린다. 똑같이 그리면 좋은 점수를 받았다.
스케치북에 펼쳐지는 그림은 친구들 사이에서 웃음거리도 되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나는 제법 잘 흉내 내는 축에 속했다. 친구들에게 관심 끌기 위해 건담만화를 똑같이 베껴 그리기도 했다. 물론 수업시간에는 정밀묘사를 잘해 칭찬을 자주 받았다. 종종 미술실기대회도 나섰다. 하지만 미술실기대회에서 번번이 낙선을 했다.
초등학교 6학년 어느 날 선생님께서 반 아이들에게 어느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미술실기대회에 그림을 내라고 하셨다. 친구와 나는 우리 집 대문지붕에 올라 앞집 담벼락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다 장난기가 발동한 우리는 서로의 회색 벽에 다른 색을 칠했다. 그렇게 서로의 그림에 복수하다 보니 담벼락은 회색이 아닌 알록달록한 색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장난치다 그림이 망가졌다. 복구가 불가능 해졌다. 싫증난 우리는 그 그림을 그냥 제출했다.
며칠 뒤 친구와 나는 학교에서 유일하게 은상과 동상을 받았다. 내 생에 최초로 미술실기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친구와 나는 의아해 했다. 늘 똑같이 베껴 그리기에 익숙했던 우리들은 어떤 그림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혼란을 겪었다.


미술필기시험은 늘 외우기였다. 어떤 그림을 누가 그렸고 언제 그려졌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달달 외워야 했다. 또한 미술재료와 도구 등의 이름을 외워야만 했다. 사실 음악시험, 체육시험 등 대부분의 예체능 과목들은 그 과목만 다를 뿐 결국은 얼마나 잘 외웠는지를 평가했다.
학년이 바뀌고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가도 조금 외우는 양이 많아지거나 전문적인 내용이 추가될 뿐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달라진 것이라면 예체능 과목들이 주요과목에 서서히 밀린다는 것이었다. 입시에 상관없는 과목은 귀찮은 존재가 되었다. 눈치 빠른 예체능 선생님들은 수업시간을 자율학습으로 대체하거나 시험을 치를 때는 문제집 하나를 선정하고 그 안에서 똑같이 문제를 출제했다. 문제집을 달달 외우면 100점은 문제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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