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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정치다
Design | 11/02/06 21:56
새로운 블로그의 이름을 '디자인은 정치다'라고 적었습니다. 막연히 그렇다고 생각해서 쓴 이름이지만 최소한 왜 그렇게 지었는지 한번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막연히 떠오르는 생각들을 나열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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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정치다. _ http://ecocreative.khan.kr/




최근 디자인의 변화가 무섭다. 이제 디자인은 정의 내릴 수 없다. 어쩌면 디자인이란? 질문조차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디자인은 그 내용과 형태가 무섭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몇 십년간 디자인이 기생했던 ‘산업’이라는 외투를 벗고 있다. 예술과 경제 혹은 예술과 과학의 경계에 있었기에 어느 한쪽에 기생할 수밖에 없었던 디자인은 자신을 종속하는 모든 외투를 벗어버리고 있다. 급기야 이제는 인류가 문명화된 이래 가장 오래된 분야, ‘정치’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즉, 디자인은 독립된 분야로서 여타 분야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현대 디자이너들의 행태에도 많은 변화가 감지된다. 자존심이 강해진 디자이너들은 기존 디자인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시작하여 사회전반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그 내용이 다양해지고 있고, 대안까지 제시한다. 이제 디자이너도 목소리를 당당히 낸다. 어떤 디자이너는 마치 자신이 예술가인 마냥 행세를 하며 실제로 훌륭한 예술작품에 가까운 디자인을 만들어 인정받기까지 한다. 어떤 디자이너는 자신이 과학자인 마냥 행세를 하며 발명을 하고, 어떤 디자이너는 환경운동을, 정치운동을 하기도 한다.
이런 디자인의 총체적 변화 속에서 나는 디자인이 정치와 닮았다는 생각을 해왔다. 이미 과거 ‘디자인문화재단’에서 ‘디자인은 선거다’라고 진단했듯이 디자인은 정치에 손을 뻗혀 정치인과 정당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공모를 꾀했으며, 최근 서울시에서는 ‘디자인 서울’이란 말로 대한민국 수도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지켜보며 확신을 더하고 있다.
물론 내가 말하는 디자인과 그들이 말하는 디자인이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둘 모두 ‘디자인이 아니다’라고는 감히 말하기 힘들다. 인식이 다르다는 것은 갈등이 시작되었다는 의미다. 이 ‘갈등’은 디자인을 정치라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정치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라고 나와 있다.
디자인이 그 자체로 나라를 다스리거나 권력을 획득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앞에서 얘기했든 디자인은 다스리는 일이나 권력의 획득과 유지에 기여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또한 삶의 질서를 유지함에 있어 톡톡히 한몫하고 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지 않을까.


아래는 ‘디자인은 정치다’라는 명제의 근거들이다.



/디자인은 과정이다.
그 과정은 갈등 대화 타협 해결의 순으로 정치와 닮았다. 예전 ‘디자인이란 뭐냐’는 지인의 질문에 당황한 적이 있다. 그분은 동시에 옆에 있던 다른 분에게 ‘정치란 뭐냐’는 질문을 했다. 그분은 갈등-대화-타협-해결 이 네 단어로 답했다. 그분은 정치학자로 제법 이름이 있는 분이었다. 난 그때 정치를 대변하는 네 단어가 디자인과 같다고 생각했다.



/디자인은 경쟁력이다.
현대 디자인은 경쟁력의 수단이다. 현대는 기업의 시대이다. 기업들은 앞 다투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디자인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기업에게 디자인은 어떤 형태나 의미가 아닌 ‘팔기 위한 수단’이요 ‘이미지’이다. 이런 디자인은 시장에서의 권력을 의미하며 이것은 곧 정치력이다


/디자인은 선택이다.
디자인의 삶 속에서 상징, 기호, 취향(스타일)으로 거듭난다. 이것은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면 가치관의 근거가 된다. 즉, 선택의 잣대로서 디자인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이것은 정치와 비슷한 개념이다. 정치는 선택에서 시작해 선택으로 끝이 난다.



/디자인사는 정치사와 맞물린다.
디자인의 탄생은 사회 구조의 변화를 위한 예술가 혁명에서 시작되었다. 100년 전 예술가들은 예술의 변화를 꿈꾸었고 예술을 통한 사회의 변화를 꿈꾸었다. 이는 사회화된 예술로서 디자인이란 분야를 탄생시켰고, 현재의 디자인에 이르렀다. 태초에 디자인이 있었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만 디자인을 인식하게 된 것은 정치의 혁명적 변화 속에서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한국 디자인의 발전은 정치적 과정의 산물이다. 최범 선생님은 한국 디자인의 선구자는 박정희라고 말한다. 박정희는 산업진흥책의 일환으로 디자인 기치를 세웠다. 한국에서 디자인은 일종의 권력구조 속에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한국디자인사는 한국의 정치사와 산업발전사와 복잡하게 얽혀있으며 그것의 옳고 그름이나 디자인의 본래 의미를 떠나 한국 디자인 현실에 정치는 이미 깊숙이 반영되어 있다.



/디자인은 정체성이다.
보수, 진보의 선택에 있어 디자인의 형태적 특성이 나뉜다. 보수는 과거의 이미지의 연속이고 진보는 전위적 형태를 보이며 새로움을 추구한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 속에서 그 사회의 정체성은 끊임없이 변화해 나간다. 그때마다 유행을 낳고 우리는 유행을 선택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디자인을 정치라 하는 것은 나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수단으로서의 디자인을 말하는 것이며 그 정체성은 정치적 선택에 있어서도 드러냄의 근거가 된다. 디자인은 지금 우리 사회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디자인이 내용화 되고 있다.
과거 디자인은 내용적 측면보다는 형태적 측면이 앞섰다. 내용이 근거가 될지언정 형태는 내용을 규정했으며 형태는 내용을 재생산하기도 한다. 자동차는 빨리 가고자 하는 내용에서 출발했지만 수많은 형태의 실험을 통해 자동차는 빨리 가고자 하는 내용만이 아닌 더많은 내용을 재생산 하고 있다.
지난 수많은 형태의 실험은 일단락되고 디자인은 새로운 내용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현대 디자이너들은 좀더 인문학적 자기 성찰을 하고 디자인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려 한다. 수많은 형태들이 재조합되고 상황에 맞게 다양한 형태를 즐긴다. 이것은 자동차가 그랬듯 내용의 재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의 디자이너들은 형태 보다는 내용을 따르는 활동적 디자인에 참여하는 수가 늘어나고 있다. ‘디자인 액티비즘(알라스테어 풔드 루크)’ 따르면 이것은 단순히 한국의 움직임이 아닌 세계적 추세다. 이것은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전통적 개념이 바뀌거나 과거 아방가르드한 예술가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디자이너로서의 자존심과 자부심을 드러내는 일종의 정치적 행위로서 해석할 수도 있다. 형태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내용은 그 한계가 없다. 끊임없이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스타일이다.
디자인은 선거다란 표현이 있듯 디자인의 어떤 이미지와 상징 기호를 형성하고 스타일화 함에 있어 정치 사회 문화 각 분야에 적용되고 있으며 디자인의 힘을 새삼 자각하고 있다. 많은 목적들이 디자인으로 재생되어 이미지화 된다. 그리고 수없이 생산되고 소비된다.
현대의 우리는 이런 스타일의 혹은 이미지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다. 과거 수많은 의미들이 스타일로 대변되었고, 또 다른 의미들이 스타일로 생산됨으로서 우리는 스타일화 되고 있다. 너무나 다양하고 다층적인 스타일화로 인해 스타일 전문가가 생겨날 정도다.
이렇듯 디자인은 다양해진 스타일을 무기로 많은 분야에 접속되고 있으며 그 분야를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디자이너가 넘쳐난다.
취업의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수많은 디자이너가 살아남기 위한 정치적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년에 수만 명의 디자인과 졸업자가 배출되어 이 전쟁에 끼어들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디자이너들은 더 많은 스팩을 갖추어 가고 있다. 기존의 디자이너들이 갖지 못했던 것들을 갖춤으로서 디자이너로서의 경쟁력을 갖춘다. 디자인 분야 혹은 그 일에서 필요 없는 스팩들이 성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좁은 디자인 분야를 벗어나 타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경쟁을 고려할 때, 지금 쓸데없는 스팩들은 기존 디자인 분야의 확장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결국 디자인은 디자이너라는 전문의 영역을 벗어나 보편적 소양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됨으로서 현재의 전문직 디자이너의 일이 변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전문직 디자이너의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있다. 이것이 위기인지 기회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변화는 확실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컴퓨터의 발전과 맞물려 과학적, 기술적 변화도 전문직 디자이너의 변화에 속도를 더하고 있으며 전문직 디자이너들도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역할을 넘는 끊임없는 삶의 투쟁을 하고 있다.



/예술, 디자인은 공감이다.
정치도 공감을 기반으로 성립된다. 유권자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새로움 이상을 제시해야 하고 시민들의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 이는 공감을 목적으로 하는 예술, 디자인의 역할과 닮았다.
톨스토이는 예술의 역할이 도덕의 기초를 쌓는 것이라 했고 소설가 조지 엘리엇은 "예술이 사람의 공감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도덕적으로 아무런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라고 말했다.
예술과 디자인은 현실적 상황 때문에 우리 삶에 드러나지 않은 것들을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드러내 보임으로서 이 사회의 올바르고 다양한 가치를 형성함에 자양분이 된다.
예술은 작가가 제시하는 관점에 독자가 자신을 대입하거나 참여함으로서 감정적 결과를 얻는다. 디자인은 그 정보나 물건이 사용됨으로서 독자 혹은 사용자가 그것을 자신에게 일치시키고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예술과 디자인의 그 역할에 차이가 있지만 공감을 매개로 엮인다는 점에서 그 근본은 다르지 않다. 이는 정치와 그 맥을 같이 한다.



난 이런 측면에서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보편적 의미의 정치와 닮았다고 생각하며 이미 디자인 분야가 정치화 되고 있다고 생각 한다.
‘디자인은 정치다’라고 말했듯 ‘디자인은 oo다’라고 어떤 분야를 붙혀도 그 근거를 댈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이렇듯 디자인은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우리 몸에 체화된 습관, 무의식중에 사용하는 도구들과 우리를 둘러싼 기호, 상징들은 이미 디자인의 손을 거쳤다.
과거 심리학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생각을 ‘왜’ 하고 어떤 행동을 ‘왜’하는 지에 대한 궁금증은 심리학을 만들었고, 심리학은 모든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이렇듯 디자인은 우리 삶에서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고 있으며 심리학과 마찬가지로 모든 분야에 적용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마당에 디자이너가 정치적 행동을 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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