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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23   잡초는 없다 _ 윤구병 (1)


잡초는 없다 _ 윤구병
Book | 07/01/23 13:52







요즘은 환경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개똥철학을 쎄워보겠다고 이런 저런 철학관련 책들을 뒤져기다 보니 선생님께서 우려하신 마냥 이상주의자가 되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책이 어렵고 가슴과 머리에 새기기 힘들어 책을 폈다 덮었다를 반복하다 보니 온통 머리속이 어지럽기만 했다. 그래서 디자인관련서적 한두권을 살피다가 마침 구입했던 책이 도착하여 냉큼 꺼내 들었다. 충북대에서 철학교수를 하시다가 변산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며 농삿일을 하시는 윤구병씨의 '잡초는 없다'이다. 선생님께서 보시던 책을 슬쩍 눈여겨 보았다가 구입했다. 예전에는 책을 보면 일주일 이주일 걸려 덮곤했다. 나름대로 생각도 하고 책에 대한 대목을 비판도 한다고 뻐기며 나의 책읽는 방식을 애써 포장하곤 했는데 이책은 집중한지 3일만에 끝이 나 버렸다. 이렇게 금방 끝나버린 책이 찡하게 가슴을 울린다. 지금까지 내가 책에 집중못하고 게을리 읽었구나....


책을 읽는 내내 윤구병씨의 자연과 교육과 삶을 보는 자세와 우직함에 매료되었다. 책을 덮고 보니 우선 책 자체가 아주 간결하다. 돌가루가 잔뜩 묻어 빳빳하고 묵직한 미백 종이가 아니기에 책이 아주 가볍다. 그럴싸하게 누런 종이질이 더욱 멋드러져 보인다. 표지, 제목, 머리말, 목차가 두어장 이어지고 바로 이야기 시작이다. 변산이 절경이라 하여 풍경사진 몇몇 자랑할 법도 한데 사진도 몇장없고 군데군데 동네모습을 비취며 하고 싶은 말만 주욱 늘어 놓는다. 말을 다 끝낸뒤 작가와 출판소개 반 페이지로 맺는다. 이러쿵 저러쿵 작가의 변이며 주변인물들의 소개, 인덱, 주요문구정리 이런 잔가지들이 전혀 없이 가볍고 간결한 책이 책의 내용만큼이나 매력적이다.


게다가 글은 너무나 쉽다. 이러쿵 저러쿵 돌리지도 않고 변명도 않으며 잘보이려거나 매력적으로 보일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글쓴이도 독서교육을 언급하며 무릇 글쓰기란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대신 글로 하는 것인데 글쓰기를 구어체, 문어체로 굳이 나누어 구어체로 쓴 글을 타박하는 현 교육제도를 비판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듯 쓰는 글쓰기를 독려하고 있다.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어떤 표현이 중요하지 않다는 그의 글쓰기 지론이 나의 구어체 글쓰기에 힘을 실어 주어 더욱 호감이 간다. 그러고 보니 책을 읽는 내내 책을 읽는 것 같지 않고 말을 듣는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종종 이 책이 귀농을 장려하는 책으로 소개되곤 하는데 내 느낌은 좀 다르다. 귀농을 장려하기 보다는 자연과 경제와 교육 등을 총망라하여 글쓴이의 삶에 대한 고찰을 비롯한 사상과 생각을 서술하고 있다. '기르는 세상'과 '만드는 세상'을 가지고 비교하는 대목이 자주 눈에 띈다. 수천년, 수만년동안 인류를 지속시켜온 '기르는 문화'가 사라지고 지난 백여년동안 이룩된 '만드는 문화'를 한탄한다. '만드는 세상'은 계속하여 새로운 무언가 생산하기를 압박하고 결국 죄다 쓰레기로 만들어버려 지구자체를 쓰레기화 시키고 있다. 제3국에 기술지원이라는 멋진말로 포장하여 쓰레기를 잔뜩 가져다 버리고는 몇만년동안 길러진 제3국의 귀한 원자재를 쭉쭉 빨아들이고 있다며 비판한다. 나 또한 그린디자인을 하면서 환경을 위한답시고 여럿을 만들고 장려해 왔기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나또한 결국 '만드는 세상'의 미련을 버리지 못했기에 자꾸 뭔가 새로운것을 만들려 하는 것은 아닌지... 도무지 글쓴이가 말하는 '만드는 세상', '쓰레기 세상'을 부정할 근거가 없다.



'유나바머'이야기를 언급하면서 물과 불을 빗대며 물의 위대함을 얘기하는 대목은 삶의 자세에 있어 많은 메세지를 남긴다.


"물에 의한 자기 정화와 세상의 정화도 있다. 물은 모여야 폭도 넓어지고 깊이도 생긴다. 물이 모이는 원리는 간단하다. 밑으로 흐르는 물의 지향성이 물을 모이게 하고, 이렇게 흘러내려 모이면서 물은 자기정화를 하고 이웃도 정화시킨다. 통 속에 담긴 맑은 물이 많아서 거기에 흙탕물을 조금 붓는다 해도 맑음을 잃지 않는 것은 정화가 아니다. 같이 바꾸지만 물은 서로 모여 하나가 되어 흐르면서 더러운 것들을 밑에 가라앉힌다. 따라서 가장 멀리, 가장 밑으로 흐르는 물이 가장 정화된 물이다. 지하수가 가장 깨꿋하고 깊은 바닷물이 가장 푸른 것은 가장 밑에서 흐르기 때문이다.
불은 겉모습이 일렁거려도 본질은 늘 변함이 없고 그 변함없는 모습이 눈에 환히 들어오기 때문에 한결같지만 물은 그렇지 않다. 물에는 본디 제 모습이 없다. 둥근 그릇에 들어가면 둥글어지고 네모난 그릇에 들어가면 네모가 된다. 샘에 들어 있으면 샘물, 논에 대면 논물, 오물이나 폐물과 섞여 있으면 오염된 물, 폐수가 된다. 발전소에 가면 모터를 돌리고 내를 지나면 냇물이 되어 물고기들의 놀이터가 된다. 하지만 그처럼 모습을 바꾸는 듯이 보이는 물에도 뚜렸한 목표가 있다. 맨 밑으로 흐르려는 것, 맨 밑에서 수평을 이루어 균형을 찾으려는 것은 물의 목표다. 어떤 커다란 댐으로도 물을 영원히 담아둘 수 없고, 가장 밑바닥 가장 깊은 넓은 곳만이 물의 흐름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아니, 거기서조차 물은 미세한 온도 차이만 있어도 끊임없이 움직인다. 표면도 움직이고 내면도 움직인다. 물이 되어 세상을 본다는 것은 맨 밑에서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물에게 가장 높은 상승의 경지는 맨 밑바닥이다."



물의 겸손함과 물의 의지에 대해 너무나 감동적으로 읽은 대목이다. 이외에도 많은 글쓴이의 의지와 삶과 철학이 책 곳곳에 담겨있다.




나는 글쓴이같은 인생을 부러워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용기도 없고 자신도 없다. 물론 부딪치지도 않고 이렇게 나가 자빠지는 나의 태도도 문제다. 하지만 내가 디자이너로서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의 한 생물체로서 나름대로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겠단 생각이 든다. 자연과 함께하는 공동체적인 생활을 동경하지만 나는 디자이너로서 무자비하게 벌어지는 도심의 파괴문화에 대항해 막을수 있는 근거와 메세지들을 조금씩 확립해 나가야 한다.


이런 책을 읽을때면 나약해지는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고 힘이 북돋는다. 글쓴이도 그런저런 의도에서 나같은 게으른 자를 깨우려 글들을 써내려 갔으리라... 이 책의 내용을 머리속에 기억하기 보단 가슴속에 품어 오늘도 나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당장 할수 있는 무언가를 위해 실천하도록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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