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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을 돌아보며...
Design | 08/01/04 19:08
지난 2007년은 나에게 있어 상당한 변화를 가져온 한해이다.
시작은 이미 그린디자인 전공을 밟아감으로서 시작되었다. '그린디자인'이란 화두를 가슴속에 품고 있으면서 느꼈던 답답함은 디자이너인 나에게 상당한 혼란을 가져왔다. 그 누구도 그린디자인에 대한 명쾌한 개념을 내려주지 않았다. 항상 자신의 사상적 주체에 근거한 주관적인 해석만이 난무할뿐 객관적인 설득력은 없었다.
막연한 그린디자인의 동경은 디자인의 진정성에 대한 많은 생각을 가져오게 했다. 예술과 디자인, 디자인과 현실,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 목적과 과정 등등 많은 디자인과 관련한 영역에서 그린디자인은 수없이 언급되지만 그린디자인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어떠한 근거도 내세울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나에게 그린디자인의 길을 제시하신 분은 윤호섭 선생님이다. 선생님께서는 말씀보다는 실천으로 논리보다는 표현으로 우리에게 그린디자인의 가능성을 제시하셨다. 이미 모든 것이 그린디자인의 개념으로 무장되어 있는 선생님의 가르침은 동경과 경외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선생님과 나와의 현실적인 괴리감은 그린디자인에 대한 단순한 동경만이 있을뿐 ... 나의 디자인으로 승화하기란 여간 어려운 과정이 아니었다. 윤호섭 선생님 은 수많은 경험과 타고난 디자인 감각, 엄청난 카리스마를 가진 선생님과 달리 나는 너무나 초라했다.
내가 선생님을 쫓아 실천할 수 있는 유일한 것도 독서였다. 선생님께서 읽어내려가시는 도서 목록을 쫓아 무조건적으로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였다. 그린디자이너로 거듭나기 위한 독서는 엄청난 양의 다독을 요구한다. 때론 즐거운 독서도 있지만 몇몇의 철학서는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었다. 물론 이해하지 못하고 넘기는 책장도 수없이 많았지만 결국 책을 덮고 나면 많은 생각과 좀더 넓은 식견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결국 나는 지난 2년동안 내 책상에 책을 가득 메웠다. 그것만으로 이미 내게 많은 변화를 주었지만 여전히 그린디자인의 개념의 부재에서 오는 목마름은 해갈할 수 없었다.


2007년을 시작하면서 나는 빅터파파넥을 이해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미 그의 책들을 읽었지만 대부분 그냥 지나친 점을 인정했고 다시금 빅터파파넥을 이해하기로 작정했다. 작은 글씨로 빼곡히 적힌 빅터파파넥을 읽으면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이해할때까지 또 읽고, 개념도로 정리하거나 심지어 책내용을 그대로 써보기도 했다. 빅터파파넥의 언어를 내 언어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내 자신이 나를 이해시키는 과정이었다.
결국 약 4개월여에 걸쳐 세권의 책을 정독하면서 빅터파파넥의 디자인사상을 이해하고 정리했다. 빅터파파넥을 정리하면서 나는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지평을 가늠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그린디자인을 공부하고 지향하는 나에게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었다.
빅터파파넥의 디자인사상은 몇몇 사람들이 가지는 그린디자인에 대한 의심과 적대적인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수단이 되었고 디자이너로서 클라이언트를 설득할 수 있는 최선의 논리가 될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현실적인 디자인으로 옮기기에는 쉽지 않았다. 논문을 써야 하는 시점에서 빅터파파넥의 사상적 이론과 그린디자이너로서 지향할 방향을 인식하지만 그것을 현실적으로 옮기지 못했던 나는 논문주제를 몇번이고 다시 고치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심지어 이미 쓴 논문을 통째로 버리고 다시 써야했다. 그 과정이 원망스러웠고 고통스러웠지만 공부하는 과정에서 언젠가 한번은 필수적으로 겪어야할 일이라고 스스로를 독려했다.
이 과정의 중심에는 정시화 선생님이 계셨다. 이미 윤호섭 선생님께서는 모든 논문지도를 정시화 선생님께 일임하셨다. 정시화 선생님께서는 나의 모든 디자인 자세를 고쳐주셨다.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디자인 논리를 어떻게 전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시화 선생님의 통찰력은 정말이지 탁월했다. 또한 선생님의 교육의 열정과 탁월한 식견은 이미 나의 모든 디자인자세들을 다시금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


정시화 선생님으로 인해 새로 시작된 논문은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디자인을 하기 위해 필요한 논리를 만드는 과정은 이미 쓰여진 논문의 숫자나 이론을 빌리는 게으른 행위들을 용납하지 않았다.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하기 위해 새로운 근거를 만들어야 했으며 그 근거들은 나에게 또 다른 디자인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그것이 바로 논문이었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가지고 점철된 논문이 아닌 뚜렸한 목적을 가지고 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를 만들고 근거에 기반한 디자인 방향을 잡아 디자인 시안을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은 바로 디자이너가 자신의 디자인을 설득하기 위한 디자인논리였고, 또 디자이너가 쓸수 있는 논문이었다.
정시화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써내려간 논문은 다른 교수님들에게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심사위원중 한분이셨던 하준수 선생님은 논문이 충분히 논리적이란 표현을 쓰셨다. 나에게 정말 예상하지 못한 평가였다.


'디자인이 논리적이다.'
잠시 다른 화제를 돌려보면 현대 디자이너들은 얼마나 논리적인 디자인을 할까? 단순히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것저것 표현해 보고 충분한 조사와 근거를 배려하지 않은채 표현과 스타일에 억눌린 현대 디자인의 모습은 정말 초라하기까지 하다. 이런 디자인들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채 거리의 갤러리에 걸리거나 웹사이트 등에 게시되어 결국 쓰레기로 전락할뿐 세상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또한 뛰어난 예술작품처럼 기억되지도 못한다. 그저 순간의 쾌락만을 위해 디자인 될뿐 디자인의 본질과 설득력은 상실했다. 그리고 이 암울한 현실은 디자인의 왜곡된 방향을 낳고 있다.
이건 현대 디자이너들이 단순히 디자이너들을 위한 디자인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클라이언트를 위해 디자인을 해야할 디자이너들이 단순히 스타일리즘에 빠져 새로운 형태를 만들기 위한 경쟁속에서 허우적 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디자인 논리가 필요없다. 이미 클라이언트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클라이언트의 선택 또한 중요하다. 디자이너에게 클라이언트의 선택권이 없다는 것은 스스로의 능력을 폄하하는 것이다. 이 세상은 디자이너를 필요로 하는 것들로 넘쳐난다. 단지 디자이너들이 겉멋에 맛들어 신경쓰지 못할뿐....


12월20일 논문 심사를 마쳤다. 지난 3년동안 공부한 나의 그린디자인적인 심정을 충분히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또 다른 세상을 맛본 기분이다. 지난 3년동안 몇개의 디자인물을 제시했고, 나의 디자인생각들을 표현했지만 그것들을 설득하기 위한 전개방식은 초라했음을 알았다. 나의 부족함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이것은 앞으로 내가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살아가는데 또 하나의 초석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또 새로운 2008년을 맞는다.
지난 3년간의 새로운 디자인 공부는 진정 디자인이 무엇이고, 디자이너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디자인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했다. 2008년의 시작과 함께 또 다른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갈등속에서 또 다른 한해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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