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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無名디자이너다.
Design | 08/06/26 15:44
나는 無名디자이너다.



虎死留皮 人死留名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나는 디자이너로서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 라는 명제에 대부분의 디자이너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 지난번에 블로그에 포트폴리오에 대한 의견을 남겼듯이 나도 마찬가지로 디자이너로서 무엇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속에서 여러 가지 현실적 난제에 봉착되어 있다. 학교에서 수행한 과제,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 사회에서 수행한 프로젝트 등등 디자이너로서 여러 형태의 작업을 하지만 스스로 포트폴리오로서의 자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난 창의력을 가진 디자이너이지만 여전히 주변의 눈치만을 살피면 그들의 머릿속에 있는 해결책을 표현해 주고 있을 뿐이다. 적어도 공모전은 자신의 작업이라고 자부하며 사람들에게 공모전 참여를 독려해 왔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공모전도 마찬가지다 공모전의 형식과 주제에 맞게 심사위원들의 입맛에 맞는 작업을 추구했을 뿐 여러 상황과 문제점을 인식하고 빼어난 해결책을 내놓았다기에는 무리가 있다. 단지 보헤미안식의 자기 합리화와 주관적 이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느낀다. 이것은 무명디자이너로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삶이다.
        이런 디자이너의 현상은 현대 사회의 급속한 주관주의적 태도에서 나온다. 물론 난 사회학자도 인류학자도 혹은 심리학자도 아니다. 하지만 현 사회가 극도로 개인주의화 되가는 것은 유치원생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현대사회는 정보가 넘치고 사람들의 대화수준은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허구와 거짓들은 판을 치며 사람들의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넘치는 정보와 수준 높은 교육이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의 반증이다. 지나친 전문화의 교육은 사람들의 시야를 좁히고 학문을 사회속에서 고립시킨다. 막스베버는 ‘직업으로서의 학문’에서 학문의 존재는 현실을 증명하고 합리화시키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학문은 합리화만을 추구할 뿐 그 것의 존재 의미를 구명하고 그 학문의 윤리성과 도덕성은 배제시킨다. 이런 이유로 학문의 발전이 행복의 발전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나아가 인간생활을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사회적 정보화와 학문적 발전속에서 지나치게 전문화된 디자이너들은 창의력을 숨기고 클라이언트에게 꼬리를 치며 그들의 잇속을 채워주기에 급급하다. 그들이 생각하는 창의적 해결책은 여전히 머릿속, 가슴속 깊은 곳에 숨어있다. 이것은 그들이 너무나 주관적으로 전문화된 디자인교육의 산물이다. 그리고 이 무명디자이너들은 유명해져서 언젠가 가슴속 깊이 숨겨놓은 창의력을 꺼낼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각종 수단이 정당화 되고 있다.
        나는 지난 3년 그린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디자인의 존재와 그 역할과 책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디자인이 어떠한가를 말하기 이전에 ‘디자인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빅터파파넥은 사회적 디자인을 얘기하고 노먼포터는 현실적 디자인의 정당성을 강변한다. 두 디자인 학자의 의견은 어떤식으로도 반박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디자인적 의견들이 현대디자인을 중계하는 것에 비하면 이 두 디자인 학자는 모두 정당한 논리를 피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현재 혹은 미래의 디자인 방향에 대한 해결책이 조금 다를 뿐이다. 두 의견은 모두 같은 결론에 도달하기를 목표로 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목표는 디자인으로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에 의견을 일치시키고 있다. 이런 디자인의 방향과 목표는 꾸준히 제기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속에서는 변방의 울림으로 사그라져 가고 있다. 자신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이런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기 못한 디자이너들은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존재에 대한 고민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형태속에서 헤메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왜곡된 디자인과 디자이너는 자신의 제대로 된 위치를 잡기 못하고 주변을 맴돌고 있다. 그저 사회가 지정해주는 자리에 앉아있을 뿐이다. 이것은 단순히 나약한 무명디자이너의 문제뿐이 아니라 사회속에서 디자인의 전반적인 문제이다.
        물론 자기 합리적 디자인이 꼭 나쁜건 아니다. 예술적 가치로 볼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다른사람에게 그 감성을 공유하려는 시도는 이미 먼 옛날부터 추구해 왔다. 과거 예술에서 예술가의 그 존재적 정당성은 충분히 인정받아 왔다. 단지 디자인이란 특성화된 용어가 생성되면서 디자인에 대한 예술과의 논란의 여지를 낳게 된 것이다.
        디자인은 단순히 예술과 동일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둘 모두 창조적인 미적 가치에서 지향하는 바는 같을지도 모르나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과 지향하는 결과는 무척 다르다. 이는 과거시대가 아닌 현대에서 미래로 가는 과정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디자인과 예술의 구분은 내가 굳이 말이나 글로서 표현하지 않아도 이미 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현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가치를 굳이 정의하거나 설명하려 들지 말고 몸으로 느끼고 고민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이 글속에서 나의 견해는 디자이너는 이름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의 견해에 엄청난 반발심이 들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쓰는 나 조차도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디자인의 존재 이유를 고민한다면 이름을 남기는 디자인이 얼마나 허황된 욕심인지 알 수 있다. 디자인은 그 존재 자체가 우리의 삶이고 우리의 생활적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해결책이다. 이런 측면에서 디자인에 이름을 남기는 것은 진정한 디자인적 가치에서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디자이너도 사람이기에 존경을 받고 싶어 하는 사회적 욕구가 존재한다. 물론 이름이 남으면 좋겠지만 그 이름을 남기기 위해 수많은 유명 디자이너들의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고 이를 고집스럽게 적용시켜 결과를 왜곡시키는 사례를 흔히 보아 왔기에 이런 우려는 안할 수 없다.
        폴 랜드, 필립스탁 등 현대의 유명 디자이너들은 이미 이름을 남겼고 또 남기고 있다. 그들의 이름은 또한 그들의 스타일을 낳았다. 그리고 그들은 그 스타일에 종속되었다. 그렇기에 필립스탁은 굳이 인터뷰를 통해 디자인을 포기한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물론 그는 그가 디자인을 포기하는 이유를 강변했다. 그리고 그의 선언이 여러 측면에서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기를 의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디자인에 배가 고플 것이며 지금도 어떤 디자인이나 사물을 보며 디자인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 사람쯤 되면 이미 디자인에 반쯤 미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굳이 디자인포기 선언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가 포기선언을 하도록 사회가 그를 몰아갔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디자이너로서 이름을 얻고 스타일을 인정받음으로서 그는 자신이 진정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망각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사회와 자신과의 갈등에서 한발 물러나고 싶었을 것이라고 나는 추정한다. 단순히 자신의 디자인이 환경문제와 사회문제를 유발했다는 이유가 아닌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디자인과 자신의 추구하는 디자인과의 충돌에서 그는 상처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그는 본의 아니게 디자이너로서 이름을 남김으로서 디자이너로서의 엄청난 갈등에 쌓인 것은 아닐까?


        나는 무명디자이너다. 아무도 나의 디자인을 알아주지 않으며 인정해 주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그것이 내가 디자인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디자인 의뢰을 받고 있으며 묵묵히 의뢰자와의 대화를 통해 디자인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나와 같은 디자이너들은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름을 가진 그 어떤 유명디자이너들보다 그들의 민초적 삶이 더욱 행복해 보이기까지 하다.
        이런 그들에게 한 가지 충고하고 싶은 것이 있다. 자신의 위치를 자책하고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 현실을 외면하거나 왜곡하지 말라는 것이다. 매슬로우의 욕구이론에서처럼 사람은 누구나 존경의 욕구를 가지고 싶어 하고 이것이 충족되면 자아실현을 추구한다. 그렇기에 이름을 얻고, 존경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인간적으로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라는 것은 이미 말했다. 하지만 좀더 빨리, 좀더 높은 이름을 얻기 위해 거짓과 왜곡으로 발버둥친다면 그 디자이너는 이름을 얻을지언정 자아실현에 이르기는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예전 윤호섭 선생님의 강연에서 어떤 청중이 질문을 했다.


“퇴임 후에는 무엇을 할 계획이신지요”


그 청중은 저 유명한 분이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을 것이다.
선생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전 퇴임 후에 무엇을 할지 계획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것은 저도 모릅니다. 제가 지금 드릴수 있는 답변은... (책을 주섬주섬 꺼내며) ... 저는 지금 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지금 저에게는 제가 퇴임 후 무엇을 할 것을 고민하는 것보다 지금 이 책이 저에게 말해주는 것이 무엇인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선생님께서 결과적인 측면이 아닌 지금 하고 있는 과정의 측면을 말씀하셨다.

  
        모든 무명디자이너들이여 무엇이 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기 보다는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라 그것이 진정으로 이름 있는 디자이너에 이르는 길이 되리라 나는 확신한다. 현실만을 탓하며 스스로에게 낙천적인 삶을 허락하거나 나태해질 경우 당신은 결국 운을 따르거나 거짓에 지배당하게 될 것이다. 혹 당신이 디자이너로서 이름을 알리지 못할 지라도 솔직함과 정당함으로 무장된 디자이너는 당당한 인생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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