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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7/18   (그린)디자인을 공부 하는 이유 (8)


(그린)디자인을 공부 하는 이유
Green_design | 08/07/18 21:50
그린디자인을 왜 공부하는가?


나는 그린디자인을 공부하면서 그린디자인에 대한 관점이 계속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처음 그린디자인을 접했을 때 ‘그린’이라는 명확한 어두가 눈에 띄었다. 즉, ‘그린’이라는 친환경적 의미가 강하게 다가왔다. 그렇기에 현재 그린디자인 전공은 친환경디자인 전공으로 해석되어 다른 분야의 사람들 혹은 여러 매체들에 소개되곤 있다. 그린디자인 전공 내부의 입장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처음 그린디자인을 공부할 때 환경문제에 관련하여 디자이너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노력했고 그 노력들은 무척 힘겨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환경문제를 접근하고 해결함에 기술적, 전문적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린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거나 공부하는 다른 디자이너들도 나랑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들도 여러 아이디어들을 내놓지만 그것이 단순히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혹, 그린디자인이랍시고 꺼내 놓은 것들은 대부분 재활용 디자인에 그치거나 작은 공방에서 이뤄지는 개인적 작업일 때가 많다. 그렇다고 재활용디자인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재활용디자인에 그치는 그린디자인의 현실이 개탄스런 것이다.


왜 그럴까? 최근 나의 고민은 여기에 있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문제점을 찾았다.
문제는 ‘그린디자인’에 대한 인식에 있다. ‘그린’에 집중한 나머지 ‘디자인’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강한 ‘그린’에 디자인이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가 디자이너라는 것을 망각한 것이다. 예전 자전거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정시화 선생님을 찾았다. 그리고 잔뜩 핀잔만 듣고 왔다. 이유는 디자이너가 제대로 진행하기 힘든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자전거 교통시스템은 교통시스템 전문가들과 같이 추진하면서 그 안에서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야지 디자이너 단독으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는 전문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때 나는 상당히 섭섭했다. ‘난 그린디자이너로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에 매달리는데 선생님은 나의 진정성을 몰라줄까...’라며 한탄했다. 선생님은 나에게 내 전공이 무엇이냐고 물으셨다. 나는 그린디자인 전공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학부전공을 물으셨다. 시각디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너는 시각디자인 전문가로서 그린디자인을 하는 것이지 그린디자인 전문가가 아니라고 하셨다.
이날 이후 나는 내가 그린디자이너인지 시각디자이너인지 딜레마에 빠졌다. 이 딜레마에 내가 내린 결론은 난 시각디자이너이다. 그린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나 자신을 애초에 실체가 없었던 그린디자이너로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무런 전문성조차 갖추지 못한 채 모든 디자인 영역뿐 아니라 모든 사회, 경제 시스템 영역까지 손을 뻗으려 했던 것이다. 자만에 빠진 오판이었다. 결국 나는 시각디자이너로 다시 돌아오고 나서야 안정감을 찾았다.


‘디자인’을 잊고 있던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그린디자인을 말할 때 이상론으로 여긴다. 하지만 난 지극히 현실주의자이다. 노자와 소로를 좋아하는 후배가 나보고 장자 같다고 말한다. 이것은 그 친구는 나를 지극히 현실주의자로 보는 것이다.(장자는 이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렇다 난 그린디자인을 절대로 이상론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왜 내가 말하는 그린디자인을 이상론으로 여길까? 이유는 ‘디자인’앞에 ‘그린’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디자인’을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강력한 어두인 ‘그린’에 사로잡혀 내가 말하는 디자인을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나는 사람들에게 그린디자인에서 ‘그린’을 잔상으로 남기고 싶다고 토로하곤 한다.
최근 디자인에 핫이슈 혹은 트랜드로 그린디자인이 각광받고 있다. (여러 단어로 표현되지만 그린디자인으로 통칭한다.) 그렇기에 최근 그린디자인전공이 주목받고 여러 기업이나 단체에서 우리에게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가진 것이 없다. 그들에게 보여줄게 없는 것이다. 우리가 보여줄게 없다는 뜻은 굳이 그린디자인을 전공하지 않는 디자이너들에게도 충분히 나올법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섣불리 우리 전공을 속속들이 공개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난 그린디자인을 이상론이나 하나의 트랜드를 보지 않는다. 그것은 시장에서 그린디자인을 어떤 식으로든 이용하려는 영특한 사람들의 알량한 수법이다. 그린디자인이 시대적 트랜드라고 칭찬하며 다가온 뒤 우리를 디자인 이상론으로 포장해 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난 그린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속지마라!
우리가 그린디자인을 공부하는 것은 디자인의 새로운 트랜드나 새로운 영역을 공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그 자체를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을 공부한다는 것, 이것은 바로 디자인을 잘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린디자인을 공부하는 것은 디자인을 더 잘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아카데미 본연의 역할이다.
우리는 그린디자인을 통해 디자인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고 고민하게 된 것이다. 디자인에 대한 초보적인 고민을 왜 다시 해야 하가? 이것은 우리가 받았던 기존 디자인 교육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즉 기존 아카데미에서 우리를 제대로 된 디자이너로 길러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 원인은 바로 ‘권위주의’이다.


디자인 권위주의가 우리를 가두었다. 학교시절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님의 권위에 눌려 길들여진 디자이너로 자란 것이다. 전혀 디자인에 판단력이 없는 학생들은 자신이 왜 그렇게 디자인한지도 모른 체 교수님의 눈치를 살살 살폈다. 하지만 교수님은 나에게 왜 이렇게 했는지를 묻거나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고 당신의 판단으로 학생들의 디자인에 점수를 주셨다. 이런 방식으로 디자이너들은 길들여진 것이다. 결국 이렇게 졸업한 디자이너들은 사회에서도 여전히 권위 있는 윗분들의 눈치를 살피거나 권위 있는 디자인 잡지, 혹은 유명 디자이너의 도록을 뒤적이며 자신의 디자인에 점수를 매기고 있다.
그렇다면 위에서 말한 교수님들이나 유명디자이너의 권위는 누가 부여한 권위일까? 소비자?더 권위 있는 교수님? 정부? 정치권? 기업? 기업이라면 기업의 누구? 참으로 알 수 없는 실체가 권위이다.
만약 내 작품이 어떤 교수님께 좋은 점수을 받았다고 치자, 하지만 똑 같은 작품을 다른 교수님은 낮은 점수를 주셨다. 두 교수님 중 누가 옳은 것인가? 더 유명하고 권위 있는 교수님이 옳은 것인가?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교수님이 옳은 것인가?


여기에 디자이너 자신은 없다.


현대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이렇듯 자신의 주관을 숨긴 채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성장한다. 운 좋게 성장한 디자이너는 권위와 명성을 얻는다. 자신이 만든 권위가 아닌 주변에서 부여해준 권위를 얻는 것이다. 이런 권위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을까...
현재 디자이너를 꿈꾸는 새싹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디자인 판단력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교육받지 못했다. 또한 디자인학교에 그것을 교육받을 만한 장이 형성되어 있지도 못했다. 디자인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 의미와 형태를 이해하고 디자인의 책임과 역할을 고민하는 교육이 어디에 존재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디자이너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선행되어야 할 직업의식 교육은 망각한 채 기술교육만을 받고 있는 디자인교육을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시 처음 던진 명제로 돌아가자


왜 그린디자인을 공부하는가?


난 여기에서 ‘그린’이란 단어를 잔상으로 남기고 ‘디자인’에 집중하고자 한다.(앞으로 나오는 그린디자인의 단어에서 ‘그린’을 잔상으로 보고 ‘디자인’을 힘주어 읽어주길 바란다.)
우리가 그린디자인을 공부하는 이유는 제대로 된 디자이너로 거듭나기 위함이다. 권위 있는 공모전 수상작, 권위 있는 교수님의 말씀에 기대지 않고 디자인을 순수하게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판단력을 기르기 위함이다. 그래서 필드에서 디자인을 할 때 더욱 논리적이고 탄탄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함이다. 이것이 바로 그린디자인을 공부하는 이유다.
클라이언트와 좀더 유기적으로 어우러지고 잘못된 클라이언트의 생각을 논리로 바로 잡고 평등한 상태로서 디자이너의 능력을 발휘하게 되면 분명 작금의 암담한 디자인 현실에서 디자이너가 새로히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아니 최소한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다.

언론재단에서 강의를 할 때 제일 먼저 꺼내는 말이 있다.
‘우리는 디자인을 중요하다고 하지만, 어느 누구도 디자인이 무엇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디자이너로서 8년을 살았지만 나에게 디자인이 무엇이라고 말한 사람은 드물다. 이렇듯 디자이너 자신들조차 디자인 자체에 대해 고민이 없다. 주변 상황에 스스로를 맞출 뿐이다. 시대적 트랜드, 외국에서 유명하거나 시장에서 성공한 디자인 등이 ‘디자인’이란 단어 자체를 대변하고 있다. 얼마나 웃기는 현실인가? 여기서 디자이너는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
이런 디자인 현실은 빠르게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혹은 컴퓨터를 통해 일반 사람들에게 잠식되어 가고 있다. 결국 디자이너들은 벼랑 끝에 몰려 몰락할 것이다. 우리 디자이너들은 더욱 강해져야 한다. 전문가들보다는 전문적이지 못하지만 많은 부분에 있어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디자인과 바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수평적으로 넓게 습득하고 디자인적으로 깊게 적용함으로서 다른 전문가들 혹은 컴퓨터의 기능들을 넘어 사회에서 창조적인 결합자로서 거듭나야 한다.
디자이너는 예술가가 아니다. 디자이너는 예술적 지식을 섭렵하고 기술적 지식을 갖추고 사회적이고 전문적인 마인드를 갖춘 이 사회의 통합자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디자인철학과 주관적 디자인 판단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그린디자인을 공부하는 이유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린디자인에서 ‘그린’을 제거하지 못했다.


그렇다 나는 그린디자인에서 ‘그린’이란 단어를 완전히 없애지 못한다. 그 이유는 지구환경 전체가 엄청난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화두는 지구온난화이다. 지구온난화와 이를 둘러싼 모든 환경문제들은 단순한 시대적 트랜드가 아닌 당장 인류의 목숨이 걸린 문제이다. 디자이너들은 이 문제들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실제 행동에 옮겨야 한다. 디자이너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그린’을 지우지 못했고, 여전히 친환경 디자인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환경문제는 우리가 논의할 필요조차 없다. 당장 코앞에 닥쳐와 있기에 즉각 해결해야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그린디자인 전공은 환경 문제에 골몰해 있다. 그리고 여러 분야의 자료를 모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있다. 여기서 나는 우리가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갖추어야 디자이너로서의 소양을 먼저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 존재를 고민하고 디자인의 책임과 역할을 고민하며 성장된 디자이너들은 분명 스스로의 판단력을 가지고 디자인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며, 각각의 디자인 의뢰를 수행함에 있어 디자인 방향과 형태를 만들어 가는데 능력을 발휘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들은 디자인 일을 수행함에 있어 디자인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공부했던 것들을 떠올릴 것이며 그것을 기반으로 옳고 그름에 대한 분명한 논리를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차제에 많은 디자이너들이 권위의 하수인이 아닌 스스로의 올바른 가치관과 주관적인 디자인 판단력을 가진다면 그때는 ‘디자인’에 ‘그린’이란 단어를 굳이 붙힐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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