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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그리고 디자인
Life | 08/09/23 14:22


월간 숲 10월호






수덕사 뒷산 나뭇잎(사진. 이명우)




숲 그리고 디자인


道可道 非常道(도가도 비상도)
노자 도덕경의 첫 구절이다. 도를 도라고 말하면 더 이상 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디자인적 관점에서 이 구절은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디자인에서 변화는 어느 분야 보다 중요하다. 계절, 지역, 계층, 시대 등 변화는 다각도로 밀려오고 디자이너들은 그 변화에 대처하거나 혹은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변화에 대응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늦어도 너무 빨라도 실패하기 때문이다. 빅터파파넥은 그 지역과 문화에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은 쓰레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같은 기능의 디자인이라도 해당 지역과 문화, 시대에 따른 주민들의 생활특성에 따라 변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은 어떤 고정된 형태가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는 사실 디자인분야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아우르는 모든 분야에서 아주 중요하다.
변화의 관점에서 ‘숲’은 단연 최고의 디자인이다. 변하지 않는 듯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억지스럽거나 인위적인 모습은 전혀 없으며 지나치거나 거만한 모습도 찾을 수 없다. 자연스럽게 흐르듯 변화한다. 서두에 꺼낸 노자의 도(道)와 같다. 또한 숲은 그 변화에 있어 전혀 개별적이지 않다. 숲을 구성하는 나무와 꽃, 동물들이 동시에 변화하면서 전체적으로 어우러진다. 이렇듯 숲은 디자인적 관점에서 완벽함 그 자체다. 소로가 월든 숲에서 2년간 지내면서 쓴 ‘월든’을 보면 우리가 숲에서 배울 가치가 얼마나 많은지 돌아보게 된다.


현재 우리의 삶의 모습은 어떠한가? 주변을 둘러보자. 창문 밖으로는 또 다른 건물의 창문과 도로가 보이고, 거리에 나서면 서로 뽐내려는 빌딩과 자동차, 그리고 너도나도 화려하게 입은 사람들만 눈에 들어온다. 어울림은 찾기 힘들고 지극히 개별적이다. 이런 모습들이 익숙해져 차츰 하나의 덩어리로 받아들여 질만 하면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거나 혹은 어떤 개혁적인 분들의 의지로 익숙해진 도시의 경관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뒤바뀐다. 그나마 시간이 만들어 놓은 어울림 조차 파괴되고 지역적 특성도 사라져 버리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이렇듯 우리는 단조롭거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러운 것 보다는 극도로 새롭고,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숲과 멀어지는 것이다. 즉 생활터전이 도시 중심적으로 변화면서 많은 사람들의 삶이 숲과 격리되고 있다. 주말에 나들이 삼아 숲을 찾곤 하지만 이렇게 찾는 숲은 또 다른 자극을 위해 찾는 숲이다. 억지로라도 숲을 찾는 것은 그나마 낫다. 여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숲을 망각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숲은 단지 책이나 머릿속에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에게 숲의 존재는 나와는 별개의 문제로 느껴질 뿐이다. 그렇기에 주변의 숲이 개발과 환경파괴로 소실되거나 사라져도 크게 개의치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 또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숲을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다.


디자이너로서 필자의 숲은 공간의 크기나 구성하는 동식물의 존재유무 기준이 아닌 자연스럼 그 자체, 즉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숲을 진정한 숲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인위적으로 조성한 공원이나 숲은 진정한 숲이 아니다. 최근 내 주변에는 두 개의 숲이 있다. 하나는 살고 있는 아파트의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보이는 가파른 공간에 방치되어 있는 숲이다. 그곳은 너무 경사져 가꾸기가 쉽지 않기에 모든 식물들이 제멋대로 자란다. 그곳은 도심 속 새들이나 고양이들의 소외된 동물들의 천국이다. 겨울이 되면 정말 거짓말처럼 대부분의 식물들이 사라지고 거의 땅만 보인다. 그러다가 다시 봄부터 어딘가에서 푸른 식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해 여름이 되면 모든 공간이 식물로 가득 차 제법 숲다운 모습이 된다. 이 변화는 매일 보는 나조차 눈치 채지 못하며 문득 순간순간 놀라게 한다. 너무나 경이로운 순간들이다. 또 하나의 숲은 우이동 윤호섭 선생님 작업실이다. 담과 집 사이의 약 1m공간, 집을 둘러싸고 있는 그 공간은 그 어떤 관리도 받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다. 그냥 하늘과 땅에 맡겨진 공간이다. 얼마 전 선생님 작업실을 방문했다가 그 숲을 발견했다. 온갖 거미줄과 이름 모를 식물들로 가득한 그 공간은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우리 인간의 손길이 안 닿은 공간은 도심 내에서 거의 찾기 힘들다. 내가 숲이라 부르는 이 두공간은 나의 삶의 쉼터이자 디자이너로서 동경의 대상으로서 오랜 시간 곁이 있어주길 바랄뿐이다.






윤호섭 교수님 우이동 작업실(사진.김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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