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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11일 _해당되는 글 1건
08/12/11   삶의 속도 (10)


삶의 속도
Life | 08/12/11 10:28
삶의 속도



얼마전 회사에서 꽤나 중책을 맡고 있는 분들 뒤를 걷다. ‘오바마의 나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47살인데 굳이 두살 올려 49살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리고 잠깐 동안의 침묵이 흘렀습니다. 다행히 저는 오바마 보다 한참 어립니다.
오늘 신문을 보니 소렌스탐이 은퇴를 한다고 합니다. 골프는 나이를 먹어도 할 수 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 봅니다. 고작 38살인데 새 인생을 찾아 은퇴한다고 합니다. 하긴 벌써 우승을 72번이나 했으니 지겨워질 만도 했겠지요.
38살의 당신은 지금 무엇을 이뤘고 어떻게 살아가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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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식을 접할 때면 항상 위대한 그들과 내 자신을 비교하게 됩니다. “아 나는 뭐하는 건가...”라고 스스로를 한탄합니다. 그리고 애매한 주변사람을 들들볶습니다. 나아가 자신의 태생을 탓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주변에서 금융위기로 난처해진 사람들, 삶의 밑바닥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새 얼굴이 밝아집니다. 또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처지를 위안받으며 삶의 균형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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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빨리 가는 것에 열광합니다. 몇 살에 몇 개의 언어를 하고, 몇 살에 어떤 업적을 이룩했다는 둥, 어떤 차가 몇km를 돌파했고, 누가 몇초에 뛰었고 헤엄쳤다는 둥 참 빠른 것을 좋아합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해방 후 이룩한 업적들을 보면 위에 나열한 업적들이 무색할 정도로 참 빨리도 역경을 헤치고 일어났습니다. 아무래도 ‘빨리빨리’의 정신 덕택이겠지요. 지금도 경마장에 가면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어깨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고 어떤 말이 젤 빨리 뛰나 구경하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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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급한 사람은 일을 빨리빨리 끝내려합니다. 빨리 끝내고 여유 있게 쉬겠지요. 일을 느리게 하는 사람은 빨리 일을 끝내고 쉬는 사람을 보며 또 스트레스를 받겠지요. 일을 잘하는 사람은 주변에 성과를 많이 올리고 많은 월급을 받고 빠르게 승진하겠지요. 일을 잘 못하고 느린 사람들은 또 잘난 사람들을 보며 스스로를 자책하겠지요. 주변을 돌아보십시오. 나는 빠른 사람입니까? 느린 사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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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지하철 혹은 버스에서 내리면 사람들이 쏜살같이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무슨 경보 경기라고 시작된 것 같습니다. 워낙 빨리 걷는 것에 익숙치 않은 저조차 마음이 초초해집니다.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겠죠. 하지만 일찍 간다고 반겨주는 이도 없는데 뭐 그렇게 서둘를 것까지야 없지 않겠습니까. 노자와 칼루이스가 100m경주를 한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아마 ‘땅’ 소리와 함께 칼루이스는 저만치 달리고 있을 겁니다. 노자는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며 ‘쯧쯧’하고 혀를 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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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면 사람들은 오래 걸린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집에서 회사까지 얼마나 걸려?’ 거의 이런 질문입니다. 사실 그 어떤 교통수단보다 빠릅니다. 서울의 동대문에서 종로,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도로사정, 어떤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서울에서 자전거 보다 빠른 교통수단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자전거의 순간속도가 자가용이나 버스, 지하철보다 느리기에 이런 질문들을 하시는 것이겠지요. 순간적인 속도가 느리다고 전체적으로 느린 것은 아닙니다. 얼만큼 꾸준히 가냐가 더 큰 문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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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고 소렌스탐이고 칼루이스고 다들 늙으면 죽습니다. 결국 나하고 그사람들하고 누가 먼저 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어떤 회사 선배는 빠른 승진을 한탄하며 정년까지 갈수 있을지를 걱정하십니다. 먼저 간다고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칼루이스가 노자를 한참 앞질러 먼저 도착해 얼마나 심심하겠습니까. 토끼가 오죽 심심하고 지루했으면 잠을 잤겠습니까. 결국 거북이가 이겼지만 그거 이겼다고 거북이에게 누가 빠르다고 칭찬해 줬습니까. 이긴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빨리하고, 빨리가면 그만큼 놓치는 것이 많습니다. 주변을 찬찬히 둘러볼 기회도 놓치고, 천천히 생각할 기회도 놓치고, 겸손함의 자세도 놓치고, 때로는 돈과 명예를 놓치기도 합니다. 빨리 가나 느리게 가나 별반 다른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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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충분히 당신의 속도로 살고 계십니다. 잘난체할 필요도 자책할 필요도 없습니다.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는 나, 자신을 항상 돌아보고 천천히 꾸준히 가십시오. 일을 빨리 하면 빨리 하고 쉬면되고, 느리게 하면 일을 하면서 천천히 즐기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내 의지와 내 삶의 속도로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만을 보고 달리거나 자꾸 뒤를 돌아보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그냥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세요. 그럼 내가 어디에 있는지 보일 것입니다. 그 사람들과 눈빛과 웃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 이것이 인생 아닐까요?


당신의 삶의 속도, 그것을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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