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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편지
Design | 09/03/31 12:27
정조의 소통과 디자인의 소통






예전부터 정조에 대한 느낌은 좋다. 그 개혁적인 성향, 그리고 직분에 걸맞는 학식과 국가관 등 왕다운 소양을 갖춘 조선시대에 몇 안되는 왕이다.
얼마 전 정조와 심환지가 나눈 편지가 공개되었고, 뉴스화 되었다. 뉴스는 정조의 편지내용의 천박성을 부각하여 우리가 알아왔던 정조와 대비된다는 내용이었다. 편지에는 한글도 더러 있고, 한자로 쓰인 ‘호로자식’ 같은 욕도 있고, 큭큭 같은 이모티콘 한자도 더러 있다. 왕답지 않은 천박한 표현이 섞인 편지였다. 편지는 읽는 즉시 태우거나, 물에 빨거나, 찢어버리라는 지시가 있어 밀지의 성격이 강했다.
뉴스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난 그 천박한 표현에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정조의 호감에 더해 인간적 매력까지 느끼게 되었다. 왕도 실제로는 그냥 사람이었구나. 하지만 정조를 둘러싼 갖가지 사화에 얽힌 의혹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즉, 정조를 둘러싼 계파갈등, 정조와 노론벽파와의 갈등이다. (노론벽파는 사도세자, 정조의 아버지를 뒤쥐에 가둬 죽인 계파이다.)


‘역사추적’이란 프로그램을 보았다.
최근 밝혀진 편지들을 근거로 정조를 재조명하는 내용이었다. 내용은 정조가 실제 성군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막후정치를 했고, 이 막후정치는 그 시대에 계파 갈등의 골이 깊은 현실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편지 내용에 근거해 정조와 번번히 마찰을 빚은 노론벽파의 수장, 심환지와의 인간적 유대감이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정조는 편지정치를 한 것이다. 편지를 통해 소론과 노론과 의견의 중심을 잡았다. 편지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였으며 이에 근거해 방향을 잡고, 의겸수렴을 통한 결정을 한 후,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켰다. 밀지(편지)를 통해 모든 사전작업이 이루어졌다. 즉, 소통의 정치를 한 것이다.


정조의 소통정치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인간적 소통이다.
정조의 가장 큰 적, 소위 말해 야당인 노론벽파의 수장은 심환지이다. 사화에서 말하듯이 정조독살의 주범은 심환지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심환지와의 편지 내용에 보면, 정조는 심환지의 가족과 건강에 대해 늘 우려하였고, 심환지의 성품과 학식을 존경하였음을 알수 있다. 정조는 심환지와 엄청난 개인적 친분을 가지고 있었고, 서로 존경했으며 솔직하게 교류했다. 이 관계는 절대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사도세자가 죽으며 정조에게 ‘체제공(소론수장)이 가장 믿을만한 충신이다’라고 당부했고, 소론은 당시 여당이었기에 정조로서는 드러내놓고 심환지와 소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조는 계파를 떠나 심환지의 학식과 성품, 그리고 국가관에 있어 많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국가를 운영함에 있어 뭔가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심환지는 왕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없애버리라는 편지를 받은 날짜까지 기록하며 남겨놓은 것을 보면 알수 있다. 또한, 정조에 대한 일종의 존경심이 있었으리라. 정조의 소통에 충실히 따랐으며, 정조에 대한 인간적 애착이 있었다. 정조가 세상을 떠났을 당시 심환지도 꽤 오랫동안 사경을 헤멨다고 집안 문서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마음을 터놓고 논할 유일한 상대가 사라졌을 때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들보감은 대들보로 쓰고, 기둥감은 기둥으로 쓴다”는 정조의 말은 능력에 맞는 등용, 국정운영에 있어서 계파나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능력대로 기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런 의지는 사실 권력자가 상황을 장악할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 자신이 대들보감과 기둥감을 판단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정조는 그럴만한 자신감이 있었고 실제로 그런 듯 보인다. 학식과 국가관, 정치를 할 수 있는 능력과 방법에 있어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다.
정조는 정치적 해결에 있어 ‘사람’을 넣었다. 정조의 편지정치는 천박한 표현을 빌어 사람정치를 한 것이다. 사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난 이것이 정조의 훌륭한 정치를 있게한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능력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왜냐면 모든 일들이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하는 행위들이다.


디자인도 사실 정치에 가깝다. 문제를 인식하고 대화하고 갈등, 대립하여 문제해결을 꺼내 놓는다. 이때 가장 훌륭한 해결책은 문제 해결에 가장 적합한 해결책이 아닌 많은 이가 공감하는 중간적 해결책이다. 해결이 되고 말고는 나중문제다. 현재 그 해결책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과의 유대감, 공감이 우선이다. 지나친 갈등은 결코 좋은 해결책을 만들수 없다.
디자인을 끝냈다고 디자인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디자인은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순간부터 다시 시작이다. 해결책(디자인)을 운용하면서 문제점들을 다시 고쳐나간다. 디자인적 해결방안이 이런 정치적 행동과 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공감하는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 능력은 필수다. 능력이 해결책을 만들고 실제 문제해결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능력 이전에 사람이 있어야 하고, 사람이 있어야 능력도 발휘된다는 것이다.
디자인은 분명한 사람의 영역이다. 어디서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닌 사람이 의도하고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사용하고 느낀다. 이런 디자인에 ‘사람’이 없다면 가당치 않다. 우리는 디자인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사람은? 인간적이고 사람다운 디자인 소통을 하고 있을까? 최근 들어 어떤 목표를 가지고 디자인을 해나감에 있어 가장 힘든 것이 사람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은 곧 신뢰다.


디자인. 단순히 컴퓨터 앞에 앉아서 책을 뒤적이고, 조형성을 따지고, 사진을 찍고, 조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옆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 클라이언트와의 인간적, 신뢰의 관계가 더욱 절실하고 중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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