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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3/27   디자인을 둘러싼 갈등 (12)


디자인을 둘러싼 갈등
Design | 09/03/27 12:24
디자인을 둘러싼 갈등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을 하고 클라이언트/사용자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은 갈등의 자연스러운 시작이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고 발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잘못될 경우 갈등이 심화되어 서로에 대해 불신을 낳고 각자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된다.
디자이너는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상황과 사례를 들어 해법을 모색한다. 해법을 놓고 디자이너들끼리 토론을 한다. 하지만 설득이 안 될 경우 토론의 결과는 클라이언트을 탓하거나 때론, 너무 골치 아파서 그냥 타협하는 경우도 있다. 남 탓으로 끝내는 결론은 홀가분하지만 뭔가 허탈하다. 가장 큰 문제는 더 이상 발전의 여지는 없다는 것이다.


디자인을 둘러싼 갈등의 문제는 어디서 시작될까?
디자이너는 자신을 창의적인 존재로 인식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창의력에 논리의 날을 세우려 노력한다. 철학, 과학, 사회학, 심리학 등 아는 것을 모두 끌어들이고 디자인에 연결시킨다. 그 연결고리를 통해 논리를 형성한다. 최근 디자이너들은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무척 노력하고 그 툴도 다양해졌다.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석연치 않다. 그래도 여전히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는 늘상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왜일까?


나는 이 갈등의 원인이 설득 과정속에서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자신의 것으로 보고, 클라이언트도 그 디자인을 자신의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디자인을 놓고 서로 자기 것인양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돈을 지불하는 것은 클라이언트이기에 거의 대부분 클라이언트가 우선권을 갖는다. 항상 디자이너는 휘둘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참담한 현실을 한탄한다.
그렇지만 사실 상황은 디자이너에게 유리하다. 사회적 관점이 디자이너를 창작자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는 자신의 우월적 디자인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결국 또 디자이너를 찾을 수밖에 없다. 클라이언트는 디자인을 갖기 위해 항상 디자이너가 필요하다. 무얼 선택했든 그것은 디자이너가 해준 디자인이다. 디자이너는 모든 상황을 장악하고 있고 클라이언트는 결국 디자이너가 보여주는 한계에 갇혀있다.
이런 모순된 상황은 아주 잘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디자인을 둘러싼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문제의 근원은 무엇인가?
언제나 그렇듯 자기 부정은 쉽지 않지만 문제의 근본원인을 디자이너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만들었고 그것을 설득하고 있다는 착각이다. 이 착각의 문제를 짚어야 비로서 디자이너는 사회와 어우러지고 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세상에는 자신만의 창작물은 없다. 예술가는 남이 만든 붓에 의지하고, 남이 만든 캠버스, 물감에 의지한다. 또 어떤 대상에서 영적 영향을 받고 특정 대상에 의지하여 창작을 한다. 창작물을 하나 탄생시키기 위해 의지하는 것은 수없이 나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순수창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디자이너는 말할 것도 없다. 컴퓨터, 프로그램, 서체, 각종 디자인서적, 선생님 그리고 클라이언트의 의뢰에 따라 디자인을 한다. 또 서로의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디자인은 어느 누구도 순수창작물이라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디자인의 속성상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디자인을 자신의 창작이라고 생각하여 그 안에 갇히는 것은 말도 안되지 않는가?
결국 예술이건 디자인이건 관계의 산물이다.
디자인 자체가 관계에서 시작됨에게 불구하고 디자이너들은 그 기저의 관계는 무시한다. 그리고 표면적으로 떠오르는 관계만을 바라보고 있다. 즉 디자이너와 디자인과의 관계, 디자이너가 자신이 한 디자인에 어떤 의미를 부여함에 따라 뒤에 따르는 관계는 상당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아기를 엄마 혼자 만들 수 없듯이 디자인도 결코 디자이너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인식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함에 있어 결코 혼자만의 생각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디자인을 둘러싼 많은 방향을 조율하고 그 방향에 형태를 부여한다. 비록 디자이너 자신이 부여한 형태지만 디자인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입장을 필요가 있다. 또 형태를 부여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런 객관적인 태도를 항상 유지하려 노력해야 한다.


이 논리에 항상 따르는 반박 논리가 ‘주인의식’이다. 디자이너는 자신이 한 디자인은 반드시 자신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어야 주인의식이 생긴다고 믿는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디자이너가 혼자 아무리 발버둥쳐도 디자인의 결코 디자이너의 순수 창작물은 될 수 없다. 디자이너가 아무리 자신의 의지를 반영시키지 못했다고 한탄해도 디자인은 어쩔 수 없이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지 않을 순 없다. 개인적 감상은 버릴 필요가 있다.
주인의식. 물론 중요하다. 한때 광고회사에 잠시 머문적이 있다. 광고가 실패하면 어느 누구도 그 광고를 만들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 다른 사람의 핑계를 댄다. 반면 성공하면 그 광고는 내가 만들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100명도 넘는다. 이런 것이 주인의식이다.
주인의식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주인의식은 자신의 역할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은 관계 속에서 나온다. 모든 것이 내 것이고 모든 과정이 나를 통해야 내가 주인이 된다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내가 디자인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태도을 가져야 한다.
디자인은 공유의 산물이다. 디자인 진행과 최종판단은 건전한 관계속에서 형성되어야 실패 확률를 줄일 수 있다. 서로가 주인이라고 우기면 결국 배는 산으로 간다.


사실, 디자인의 주인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그 디자인을 사용하는 사용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용자를 직접대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은 최대한 많이 듣고 얘기하고 따져보는 것이다. 이것은 그 디자인이 내 것이 아니면서 또 내 것이고, 클라이언트 것이 아니면서 또 클라이언트 것이 되야 하는 이유이다.
빅터파파넥의 ‘녹색위기’에 보면 토속건축의 이해에 관련한 글이 있다. 요점은 토속건축은 당시 문화와 시대상으로 설명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토속건축의 위대함은 토속건축 자체가 몇백년 혹은 몇천년 동안 그 지역에 주민들이 살면서 자신들의 삶과 기후에 맞게 오랫동안 수정해온 디자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디자이너의 지나친 전문화을 우려한다. 전문화 될수록 운신의 폭은 좁아진다. 그 이유는 지나친 전문화는 의례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시키기 때문이다. 소통의 산물인 디자인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전문화 되어 귀를 닫아 버린다면 결국 결과는 멸종이다. 전문화가 원인이 된 멸종은 진화생물학의 논문결과에도 수차례 보고 된바 있다고 한다.



감히 말한다. 디자이너들이여 제발 디자인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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