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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속도
Life | 10/08/28 23:20
언젠가 회사에서 꽤나 높은 분들 뒤를 걷다 ‘오바마의 나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당시 오바마는 47살인데 굳이 한국나이로 셈해서 49살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잠깐 동안의 침묵이 흘렀습니다. 다행히 저는 오바마보다 한참 어립니다. 비슷한 시기에 골프여제 소렌스탐이 은퇴를 했습니다. 새 인생을 찾아 은퇴한다더군요. 고작 38살인데... 하긴 벌써 우승을 72번이나 했으니 지겨워질 만도 하지요. 소렌스탐 이후 여제자리를 이어받았던 오초아는 28살에 은퇴를 했습니다. 저는 36살. 새 인생은커녕 지금 인생도 제대로 살지 못하는 평범한 디자이너입니다.
28살 혹은 38살의 당신은 지금 무엇을 이뤘고 어떻게 살아가고 계십니까?


***
누구는 20대에 무엇을 했고, 누구는 30대에 무엇을 이뤘다는 소식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면 항상 위대한 그들과 비교해 ‘아 나는 뭐하는 건가...’라고 스스로를 한탄합니다. 왠지 모를 질투심이 생기고 속도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엄습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세상은 빨리 가는 것에 열광합니다. 몇 살에 한글을 익혔고, 몇 살에 어떤 업적을 이룩했다는 둥, 어떤 차가 몇 km를 돌파했고, 누가 몇 초에 뛰었고 헤엄쳤다는 둥 참 빠른 것을 좋아합니다. 해방 후 한국의 산업화는 위에 나열한 속도가 무색할 정도로 빨리도 진행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빨리빨리’의 정신 덕택이겠지요. 지금도 올림픽이나 운동경기를 보면서 속도에 대한 집착은 한도 끝도 없습니다.


***
성격 급한 디자이너는 일을 빨리빨리 끝내려 합니다. 빨리 끝내고 여유롭게 쉬고 싶겠지요. 일을 느리게 하는 디자이너는 빨리 일을 끝내고 쉬는 동료 디자이너를 보며 스트레스를 받겠지요. 성격 급한 디자이너는 느린 디자이너를 보면 답답하겠지요.
주변을 돌아보십시오. 나는 빠른 사람입니까? 느린 사람입니까?


***
출근길에 지하철 혹은 버스에서 내리면 사람들이 쏜살같이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무슨 경보 경기라도 시작된 것 같습니다. 바쁠 것도 없고, 빨리 걷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저조차 초초해집니다.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겠죠. 하지만 일찍 간다고 반겨주는 이도 없는데 뭐 그렇게 서둘 것까지야 없지 않겠습니까. 노자와 우사인 볼트가 100m경주를 한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아마 ‘땅’ 소리와 함께 우사인 볼트는 저만치 달리고 있을 겁니다. 노자는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며 ‘쯧쯧’하고 혀를 차겠지요.


***
오바마고 소렌스탐이고 우사인 볼트고 다들 시간이 지나면 임기도 끝나고 은퇴도 하고 죽기도 합니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승진이 빠른 회사 선배는 자신의 속도를 한탄하며 도리어 정년까지 갈 수 있을지 걱정합니다.
먼저 간다고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우사인 볼트가 노자를 한참 앞질러 먼저 도착해 얼마나 심심하겠습니까. 빨리 하고, 빨리 가면 그만큼 놓치는 것도 많습니다. 주변을 찬찬히 둘러볼 기회도 놓치고, 천천히 생각할 기회도 놓치고, 친구도 가족도 놓치고, 때로는 돈과 명예를 놓치기도 합니다. 따지고 보면 빨리 가나 느리게 가나 별반 다른 것도 없습니다. 순간 속도가 느리다고 해서 전체적으로 느린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생각하면서 가냐, 얼마나 꾸준히 가냐가 더 큰 문제지요.


***
자신이 느리다고 자책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충분히 당신의 속도로 살고 계십니다. 잘난 체할 필요도 자책할 필요도 없습니다.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습니다. 일을 빨리 하면 그만큼 쉬면되고, 느리게 하면 일을 하면서 천천히 즐기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른 사람의 속도를 의식하지 마십시오. 내 의지와 내 삶의 속도로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만 보고 가다보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옆을 봐야지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세요. 그럼 내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있는지 보일 것입니다. 그 사람들과 눈빛을 나누고 웃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 이것이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요?


***
당신의 삶의 속도, 그 자체를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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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에 쓴 글이고 디자인읽기 게시판에도 한번 올린적인 있습니다. 다른 이름으로... ^^
이것저것 하다 지칠때 한번씩 꺼내 봅니다. 최근에 어떤 계기로 예전글을 다시 손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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